물의 길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월 11일 경기도 도곡리의 새재고개 올라가는 길에서


살다보면 가끔 길을 잃는다.
항상 가던 익숙한 길도
이게 내 길일까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그럼 익숙한 길도 흔들린다.
항상 미련없이 계곡을 내려가던 물이
날씨가 가라앉자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잃지 않고, 또 흔들리지 않게
물의 길을 하얗게 표시해 두었다.
봄이 오면
잃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다시 자신의 길을 내려갈 것이다.
우리도 그와 같으리라.
길을 잃은 듯 했을 때, 또 길이 흔들리고 있을 때,
길을 단단히 표시해두면
봄이 왔을 때 잃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그 길을 갈 수 있으리라.

12 thoughts on “물의 길

  1.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흘러야 한다고 했지만
    요맘때는 그걸 완강히 거부하며
    오히려 높은 곳으로 기어 올라갈 줄도 안다는
    무언의 몸짓 같습니다.

    1. 점점 유연성이 떨어지는 나이인데 날풀리면 가서 물어봐야 겠어요. 어떻게 하면 유연하게 흘러갈 수 있는지를… ^^

  2. 정말 간만에 들렸습니다. ^^

    요즘 제가 길을 잃었어서 잠시 방황하느라 컴퓨터로 아무것도 못했네요.

    제 두 명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명이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가 좋아서 그림그리던
    아이인데요. 이 녀석도 자주 그림그리는게 지겹기도하고, 이 길이 내 길인지
    고민도 많이 하더라구요.
    나머지 한 명은 작곡하는 녀석인데요, 이 녀석도 이 길이 내 길인지,
    정말 작곡하는게 좋은건지 헷갈려 할 때가 있었어요.
    결론은, 당연히 좋아하는 일이고 또한 그 길이 자신의 길이라고 확신하긴하지만.

    어째 방황할 때면 저만 한 없이 방황하는 것 같아서 좀 그래요.
    20대면 아직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바꿔도보고 경험도 실패도 해봐야하는데.

    곧, 저도 길에다가 표시를 확실하게 하겠지요.

    1. 아마 물도 저렇게 하얗게 길을 표시해 놓았지만 여름되서 비많이 오면 이 길이 아닌가 하면서 다른 길을 넘볼 텐데요, 뭘.

      요즘 밥벌이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보니… 그냥 안정된 밥벌이의 길만 길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일들이 입질만 하고 들어오질 않아 신경질도 나고… ㅜㅜ

    2. 고맙습니다.
      어찌된 일이 일이 들어와서 좋다고 했더니 한 두번하고 끝나 버리고 그러네요. 잘 되겠지 하며 살아야 하는데 돈들어갈 일이 생기니 마음대로 되지는 않아요.

      오늘 서울엔 엄청나게 눈이 오네요. 카메라 챙겨서 나가 봐야 겠어요.

  3. 그 길이라는게 수없이 지나다녀야 길이 되지 싶어요.
    지나고 보면 길인데 앞을 알수가 없으니….

    저도 자판위에 올려놓은 손이 시려워서 엉덩이밑에 깔고 있곤 해요.ㅋ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셔서
    좋은 사진과 글 계속 볼 수 있게 해주시길….^^

    1. 이제 사진찍고 쓰는 것은 숙명이 되어버린지라 별일 없으면 쭈욱 계속 될 듯 싶습니다.

      ohngsle님도 올해 두 따님과 남편이 챙겨주는 행복 속에 즐겁게 한해 보내시길요.

  4. 요즘 길을 잃어버린 느낌으로 살고 있는데…
    잔뜩 얼어붙어 있는 마음속 얼어 있는 길이 봄이 오면 다시 녹아서 흘러 내릴까요…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으리… 쉘리의 시를 외우며 남은 겨울을 건너야겠어요.

    1. 요며칠 특히 많이 춥네요. 추운지 안추운지 자판 위에 올려놓은 손이 시려운가로 판단하곤 하는데 요즘은 손이 시려요. 지난해는 이 정도가 아니었던 거 같아요. 다 지나간 기억이라 그런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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