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을 다 털어낸
겨울 나무의 빈 가지를 올려다 보고 있노라면
마치 호롱불이나 양초의 심지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긴 얼토당토한 생각은 아니지요.
실제로 봄이 되면
그 심지의 여기저기서
마치 불꽃이 일듯 잎들이 나기 시작하니까요.
그러니 나무의 불꽃은
대개는 초록인 셈이예요.
그러다 가을에 이르면
갖가지 색으로 절정에 올랐다가
낙엽이 지면서 그 불꽃은 모두 꺼지고 맙니다.
잠잘 시간이 된 거지요.
우리가 하루를 단위로 자고 일어난다면
나무들은 일년을 단위로 자고 일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나무의 세계에선
봄에 동이 트고,
여름에 해가 중천에 걸렸다가
가을쯤 저녁이 밀려들고,
그리고 겨울엔 밤이 깊어지는 것이죠.
밤엔 잠을 자야 하고,
잠을 잘 때는 불을 꺼야 해요.
나무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겨울엔 심지에서 불꽃을 내리고 잠에 들어요.
그러니 우린 겨울엔 나무의 곁을 지날 때
나무의 잠 속을 지나가고 있는 거예요.
잠을 한 잠 잘자고 나면
아침이 밝고 봄이 올 거예요.
나무의 잠속을 한참 거닐다 왔습니다.
무슨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지
잠결이 환했습니다.
2 thoughts on “나무의 잠”
나무들이 잠자고 있는 겨울숲, 그곳을 걷다 보면 나무들의 곤한 숨소리가 들리기도 하지요. 가끔 나무의 등에 기대어 보세요. 얼마나 따스하고 훈훈한지요.
그러고 보니 나무에 기대어 본 적은 별로 없네요.
한번 해봐야지.
어렸을 때 나무에 올라가서 노는 짓은 많이 했지요.
오늘 서울에 눈이 엄청나게 오고 있어요.
눈찍으러 가까운 산에 가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