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다 마음에 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야.
계곡의 물이 그랬지.
계곡의 물은
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어.
물론 잠시 걸음이 느려지는 곳은 있었어.
걸음이 잠시 느려진 그 자리에
그 나무가 서 있었어.
그건 물의 나무였지.
하지만 물에게 나무는
잠시 그 품에 어른거리는 그림자였어.
물은 나무를 제 품에 담아두고 싶었지만
나무가 물의 품에 어른거린다 싶었을 땐
이미 그 걸음을 아래로 떼지 않을 수 없었어.
품에 담고 곁에서 살고 싶었지만
어른거리는 그림자로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인연,
그게 그 둘의 사랑이었어.
하지만 한번 품에 어른거린 사랑의 그림자는
그리 쉽게 지워지는 것은 아닌가봐.
물의 온몸이 하얗게 얼어붙은 어느 겨울날,
물은 드디어 하얀 제 몸에 나무를 꼭꼭 새겨가지고
계곡의 그 자리에 며칠을 그대로 머물러 있더군.
곁을 지나가다 나도 발을 굴러
품에 안은 물의 나무에 가지 하나를 더 새겨주었어.
둘의 사랑에 가지 하나 얹어준 것 뿐이지만
그래도 둘의 사랑을 도왔기 때문인지
마음은 뿌듯하더군.
얼음장같은 마음도 녹이는 것이 사랑이라지만
그런 사랑은 물에겐 너무 슬퍼.
녹으면 흘러갈 수밖에 없는게 물의 운명이니 말이야.
물의 사랑은 그래서 마음을 녹이는 사랑이 아니라
마음에 새겨지는 사랑이야.
하지만 사랑이 따뜻한 건 어쩔 수가 없는 것인가봐.
얼음판 위에 서 있는데 이상하게 내 마음이 따뜻했어.
4 thoughts on “얼음 나무”
진정한 사랑은 흘러가도록 놓아 두는 것이 아닐까요…
품으면 품을수록 상처로 덧나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얼음 위에 새겨진 앙상한 겨울나무가 제 마음속으로 흘러드는 것 같아요.
그래도 또 갖고 싶은 것이 사랑이기도 하니까요.
겨울 한철 잠깐이니까 봐주려구요.
이스트맨님 사진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블로그에 매번 들어와서 구경도 하곤 하는데,
조금 정신이 없어서 글은 못 남겼네요.
잘 지내시죠?
조만간 또 오프에서 뵐께요. 🙂
얼굴보면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