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자
계곡을 흘러내려가던 물이 얼어붙었다.
하얗게 물의 길이 드러났다.
어제도 그제도 물이 내려갔을 길이다.
물은 그냥 내려가는 것 같아도
항상 제 길을 꼭 붙들고 내려간다.
눈이 내린 날,
눈은 세상을 하얗게 칠하면서
계곡을 내려가던 물의 길을 모두 지워버렸다.
그리고 속삭였다.
“그 어떤 길에도 구속되지마.
세상에 네가 항상 다녀야할 정해진 길이란 없어.
넌 어디든 갈 수 있어.
네가 가면 그곳이 바로 물의 길이 되는 거야.”
길이 지워진 세상에선
길이 끊긴 것이 아니라
어디나 길이었다.
사실은 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니던 길에서 얼어붙은 뒤로 물이 어제 갔던 물의 길을 고집하자
그 뒤의 물들은 곧바로 어제까지 다니던 물의 길을 버리고
평상시 사람들만 다니던 등산로로 새롭게 길을 텄다.
눈이 덮어 새로 내놓은 물의 길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곳의 눈밭을 디뎌본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곳이 이제 매끄러운 물의 길이 되었다는 것을.
그 미끄러운 발밑이 위험스러워
눈을 조금 헤쳐본 사람들은 누구나 그 자리에서
새로 내놓은 투명한 물의 길을 볼 수 있었다.
10 thoughts on “물의 길과 눈의 길”
그 어떤 길에도 구속되지 않고 산다면
나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봤어요. 그런 편이 아니라서.
눈 내린 산에 가본지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덕분에 따뜻한 방안에서 눈내린 산길을 이리저리 잘 보고 있습니다만
이젠 차가운 눈길을 정말 밟아보고 싶군요.
저 백설기 잘라놓은 듯한 산길 가져가도 되겠죠?
가져가셔도 되지요.
근데 조건 길이 아니고 물이 내려가는 계곡이예요.
사람들은 조기로는 안다닌답니다.
사실은 다리 위에서 찍은 사진이예요.
막 본격적으로 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다리가 하나 있는데 그 위에서 찍었어요.
물길을 눈이 덮어버린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마음에 두었던 곳은 아래쪽이라 얼음이 녹아서 눈도 그 위에서 녹아버렸더라구요. 그래서 찾아낸 곳이 바로 저기 였습니다.
사진으론 들을 수가 없는데 사실은 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졸졸 들려요.
산보다 눈내릴 때 계시는 곳의 한강변 거니시면 더 운치가 있을 듯한데요.
언젠가 눈내릴 때 그 동네의 한강변에 나가 사진찍다가 결국은 검단산 꼭대기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었어요.
그날 밤늦게 전등불 밝히면서 내려왔었지요.
좋은 곳에 사시니까 그게 참 부럽습니다.
맛깔스런 글들…
잠시 얼어 붙은 물들을 흔들어 깨울 것 같아요
제 영혼도 맑아 지는 것 같네요
글과 사진을 보면서 호사하는 것 같아서 늘 죄송하네요
새해 행복하세요~~~!
가끔 산에 갈 때마다 자연이 놀랍곤 해요.
잠시 내린 눈발과 추위로 어떻게 그 많은 느낌을 주는지…
전철이 연장되는 바람에 자주 찾게된 한강 건너의 산이 참 좋네요.
즐거운 한해가 되시길 빌께요.
명절, 가족분들과 잘 보내고 계신지요? ^^
요즘 블로그 관리하기가 참 힘들어서 이웃 블로거님들께 안부도 묻기 힘드네요~
정말 멋드러진 곳에도 몇 군데 다녀왔는데 사진기도 안가져가서
올릴 사진도 얼마 없는 것 같아요; 끙끙;
여기선 참 눈 볼 일이 없어서 사진으로나마 꽁꽁 얼은 얼음과
눈 보니까 참 좋습니다. 그래도 역시 추운 것보다 더운게 나은지
뜨거운 햇살이 그리워집니다! (집도 학교도 추워서 횡설수설하네요; )
공부 열심히 하시는가 봐요.
영국의 jeongism님은 신혼의 단꿈에 빠져 블로그를 내팽개치셨더구만요. 미국의 암행님도 빨리 재회의 단꿈에 빠져 블로그를 팽개치셔야 하는데…
내팽게진게 아니라 잠시.. 움… =)
맨날 집에만 있다보니, 블로그에 글 소재가
잘 없어서 그러네요.
즐거운 구정 보내셨나요?
결혼전에는 밥해주면 잘 먹더니,
결혼하고나서 집사람이 제가 하는 요리를
별로 안좋아하는 듯…. 집사람이 꼭 반찬 투정하는 남편같아요.
맨날 둘이 장보러 다니는데, 지금은 처음으로 집사람 혼자
장보러 갔네요. 그 사이에 저는 동원님 블로그에 댓글을~
즐거운 한주 보내세요~
이런 호박씨까고 있는데 나타나시다니…
지금이 둘이 있는 것만으도 한없이 좋을 때인데 블로그 같은 거 하면 안되요.
명절을 별로 안좋아해서 그냥저냥 보냈어요.
정님은 둘이서 두배로 즐거운 한주 보내시길요.
아, 여긴 벌써 화요일이예요.
‘그 어떤 길에도 구속되지 마’ 물의 자유로움과 물의 편안함과 물의 유연함을 배울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들도 추운 겨울에는 잠시 길을 버리고 쉬고 있는 중이 아닐까…
그렇다면 물의 휴식은 달콤하기 보다 매끄럽고 투명한게 분명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