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6일 경기도 운길산에서
겨울숲은 놀랍다.
어쩌면 저렇게 빈틈없이 차 있으면서
동시에 텅비어 있을 수 있는 것일까.
겨울숲의 충만과 비움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때가
바로 눈이 왔을 때이다.
나무들은 눈에게 내줄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숲을 빽빽하게 메우고 있지만
또 어디나 눈이 차지할 정도로
온통 비어있다.
가득차 있으면서 동시에 텅비어 있는 숲,
그것이 바로 겨울숲이다.
묻게 된다.
눈이 왔을 때,
나에겐 숲처럼 눈에게 내줄 자리가 있는 것일까.
2 thoughts on “눈내린 겨울숲”
가끔 숲이 그리울 때가 있지요. 온전히 홀로 있고 싶을 때면 숲으로 떠나고 싶어집니다. 녹음이 짙은 숲에서는 초록에 겨운 ‘어둠’을 느끼게 되지요. 반면에 겨울숲에서는 어둠 대신 ‘비움’이 숲을 채우고 있는 것 같아요. 비움은 곧 ‘충만’이라는 동원님의 글이 마음에 닿아 옵니다.
여름숲은 실제로도 어두운 것 같아요. 여름숲에선 삼각대없이 사진을 찍을 수 없을 때가 많았으니까요. 전 사실 겨울숲을 더 좋아해요. 빈가지 사이로 멀리까지 시선을 보낼 수 있어서요. 날도 많이 가물다는데 눈이 지난 번에 온 것의 세배 정도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운길산에서 또다른 풍경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