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에게 맥북이 생기다

Photo by Kim Dong Won


딸아이에게 맥북이 생겼다.
애플에서 나온 13인치 노트북이다.
대학에 합격한 기념이라고 저희 큰고모가 사주었다.
나에겐 첫째 여동생이다.
맥북 가운데 가장 저렴한 기종이지만
사실 저렴하다는 말을 입에 올리기가 어렵다.
딱 기본 사양으로 사는 데만 200만원이나 들기 때문이다.
동생에겐 그냥 기본으로만 사달라고 했다.
확장을 하는 것은 내가 직접 했다.
메모리는 기본이 2GB이지만
애플에선 이를 4GB로 올려주는데 235,400원을 받고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이다.
용산에서 4GB의 램을 사는 데 들어간 돈은 110,200원이었다.
속의 내장 하드도 바꾸었다.
원래는 160GB의 하드가 장착되어 있는데
이를 320GB로 바꾸려면 314,600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그것도 하드의 회전수가 5400rpm인 모델이다.
하드 회전수가 7200rpm인 320GB 하드를 사는데 들어간 돈은 128,600원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직접 업그레이드를 하면
메모리 2GB가 남게 되고,
160GB짜리 내장 하드도 하나 남게 된다.
메모리는 팔아먹을 생각이다.
최소한 5만원은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메모리 2GB의 시중가가 10만원 정도이기 때문이다.
노트북용 DDR3 메모리라 좀 비싸다.
남게 된 160GB 하드는
외장 USB 케이스를 하나 사서 외장 하드로 만들어주었다.
컴퓨터의 뒤를 뜯고 메모리와 하드를 장착했다.
장착은 금방 끝났는데 다시 조립을 할 때 나사가 아주 잘아서 애를 먹었다.
나사에 맞는 드라이버 찾는데도 한참 걸렸다.
게다가 잘 쓰지도 않는 육각 드라이버까지 필요해서
주문한 메모리와 내장하드가 오기 전에
공구점에 미리 갔다와야 했다.
내장 하드는 200기가와 100기가로 분할했다.
항상 써왔던 맥이라 식은 죽먹기로 한방에 해치웠다.
OS를 다시 깔고 기본 프로그램들을 설치한 뒤 돌려보니 탐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마우스를 대신하는 트랙 패드가 환상적이다.
손가락을 일일이 구별하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를 대고 움직이면 마우스가 움직인다.
손가락 두 개를 대니 화면의 내용이 위아래와 좌우로 움직인다.
손가락 세 개를 대니 이전 페이지와 앞 페이지로 이동이 가능하다.
가령 웹을 들여다보다 좀 전에 보던 화면으로 가려면
손가락 세 개를 대고 왼쪽으로 움직이면 된다.
다시 앞으로 가려면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웹페이지를 읽다가 글자가 좀 잘다 싶으면
손가락 두 개를 대고 벌려주면 글자가 커진다.
손가락을 모아주면 다시 작아진다.
오른 클릭이 좀 까다로웠는데
손가락 두 개를 댄 상태에서 엄지로 클릭을 하니 잘 되었다.
오른 클릭 이외에는
아무 것도 읽어보지 않고
순전히 손가락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서 터득했다.
하지만 좀더 신기한 기능은 결국 시스템 설정에 들어가서 구경해야 했다.
동영상으로 친절하게도 보여준다.
가장 재미난 것은 탭 클릭이라는 기능이다.
가볍게 트랙 패드를 톡치면
클릭이 되면서 마우스 버튼을 누른 상태가 되는 기능이다.
이렇게 탭 클릭을 하면
그 다음엔 그냥 손가락 하나만 패드 위에서 움직이면 된다.
그러면 클릭을 한 상태로 드랙을 하는 것과 똑같다.
두번 가볍게 톡톡치면 더블클릭이 된다.
아울러 두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치면 오른 클릭을 한 상태가 된다.
물론 약간의 섬세한 손가락 동작이 필요하다.
하지만 금방 익숙해진다.
부처님 손바닥이라는 말이 따로 없다.
세상이 내 손가락 안에 있다.
역시, 맥은 매력적이다. 게다가 무지 편하다.
근처의 홈플러스 매장에 갔다가 230만원짜리 삼성 노트북을 하나 보았다.
나로선 100만원 정도를 주고 델의 노트북을 사는 건 이해가 가지만
230만원이란 돈을 주고 삼성 노트북을 사는 건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 돈이면 맥북 충분히 사는데…
나에게도 오래 전에 파워북이라 불리던 노트북이 있었다.
역시 맥이었으며, 파워북160이라는 흑백 모델이었다.
상당히 오래썼었다.
처음엔 좋았는데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되면서
나중에는 내 손보다 느려져서 결국 손에서 내려놓고 말았다.
마우스 대신 트랙볼이 달려있었다.
나란히 놓고 보니 딸의 맥북이 아주 많이 날씬하다.
파워북160의 기억이 있는 나에겐
딸의 맥북을 만져보고 있노라니
딸아이가 참 좋은 세상에서 산다는 느낌이 든다.
이래서 사람이 늙으면 자꾸만 옛말을 하게 되나 보다.
내가 옛날 노트북을 꺼내 사진을 찍고 치우다가
이거보다 훨씬 좋다고 했더니 딸이 킥킥대며 웃었다.

Photo by Kim Dong Won
위는 내가 쓰던 파워북
아래는 딸의 맥북

21 thoughts on “딸아이에게 맥북이 생기다

  1. 이제 따님의 합격이 확정되었나 봅니다.
    축하드립니다.
    가족여행 가신다고 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후딱 다녀 오시기 바랍니다.

    1. 고마워요.
      사실 붙고나니까 딸에게 조금 미안했어요.
      별로 뒷바라지를 못해주었거든요.
      요즘 초등학생들 과외비만큼도 지원을 못했으니까요.
      자랑 하나.
      일본 정부에서 주는 장학금도 받는 답니다.
      장학금 수혜 대상자라고 통지서가 왔더군요.
      그래도 환율 때문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고생문이 훤합니다.
      집 내놨는데 빨리 팔렸으면 좋겠네요.

    2. 일본이 2차 대전의 업보로 말미암아
      많은 돈을 내놓고 있더군요.
      그중에는 교육에 관한 것도 많더군요.
      옛날 제 상사가 3개월 정도를
      일본에서 돈 받고 교육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많이 알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덧. 어디로 이사하시나요?

    3. 여러 장학금이 있다고 딸도 많이 알아보는 것 같더군요.

      멀리가면 용문정도로 갈 것 같습니다.
      용문산이 뒷산이 될지도 몰라요.

  2. 햐~ 맥북도 부럽지만…그것보다
    따님, 완전히 합격하신거군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내년쯤에나 후쿠오카쪽 대학으로
    저도 편입할 것 같은데… 모든 학업이 잘 풀리길 바랍니다!

    요즘 화상채팅이 있어놔서 얼굴 못보는 건 아쉽지 않지만
    역시 곁에 없다는게 참… 일본이라서 다행이긴 합니다.
    아~ 이상하게 제가 뿌듯한데요. 하하.

  3. 웹켐용 카메라는 요즘 애플을 많이 지원하던데요?
    그리고 ichat도 좋지만, gmail에서도 이메일 확인하면서 바로 화상채팅도 할 수 있네요. 야후 채팅도 되고, skype도 화상 채팅 잘 되던걸요?

    해적판을 주시면.. 제가 미디어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사양해야하지만,
    제 지도교수의 말처럼, 자본주의는 이미 죽어버린 관계로
    감사히 받을께요. =)

    사실 제 지도교수가 제가 준 해적판 MS Office랑 Adobe종합세트를
    잘 받아쓰더군요.. 살짝 놀랐네요.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은 저작권에 예민한데…

    그나저나, 따님이랑 사이가 좋으시니 좋으시겠어요.
    저는 아버지한테 잘 못해서 좀 외로우실텐데… 대신 제 집사람한테 잘 해드리라고 시키고 있지만..

    1. 프로그램은 프로그램 판매 사이트에서 일단 받았는데,
      시리얼 넘버만 넣으면 되는 것이죠?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동원님 덕분에 집사람한테 점수따게 되었네요. =)

    2. 보통 잠들때 뽀뽀잘 안해주는데 오늘은 해주네요.
      벌써 칭찬 받았습니다. =)

      감사해요~

      xp는 형이 보내줬는데, boot disc를 자꾸 넣으라고 하네요.
      씨디 깔고, 시리얼 넘버 넣기 전에..
      일단 윈도7을 시도해볼까 생각중입니다.

    3. 다 받았습니다.
      집사람 일어나면 설치하고 말씀드릴께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제 컴퓨터는 곧 다시 포멧을 할지라..
      에러가 너무 많이나네요..

  4. 오 제 집사람하고 같은 기종.
    근데 꼭 애플을 통해서 안하고, 일반 메모리와 하드를 사도 되나요?
    그럼 저도 새 하드랑 새 메모리로 교체해야겠네요.

    따님은 좋으시겠네요..

    그나저나, 저 옛날 파워북은 집한채값 아니었나요?
    맥을 오래쓰셨군요.. 전에는 구하기도 힘들고, 정말 호환도
    안되었을텐데요..

    1. 메모리와 하드는 어느 컴퓨터나 똑같아요.
      그냥 좋은 거 사서 쓰시면 돼요.
      저는 메모리는 삼성거, 하드는 웨스턴디지털 것으로 쓰고 있습니다. 둘다 제일 싸요.
      애플은 확장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요.
      델도 시중가보다는 비싸게 받더라구요.
      그래서 기본으로 사고 확장을 직접하고 있어요.
      돈이 절반밖에 들지 않으니까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딸의 맥북에 윈도도 깔아서 동시에 구동하고 있는데 아주 잘되더라구요. 맥에서 안되는 사이트는 윈도를 띄워서 맥과 윈도를 동시에 쓰니까 큰 불편은 없더라구요. 딸과 화상으로 얼굴 맞대고 얘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웹캠을 iSight로 위장하는 방법이 있다고 해서 찾고 있어요.

      집한채 값은 아니고 오래 전이긴 했는데 꽤 비싸게 주고 사긴 했어요. 하지만 그때는 일이 많아서 몇달만에 컴터값을 뽑고도 남았죠. 예전처럼 일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2. paralles를 살까말까 했는데..
      좋은가보군요. 막상 집사람한테 사라고 하고 있는데
      또 안산다고.. 그래야 제가 훔쳐쓰는데… =)

    3. 딸이 일본갔을 때 대비해서 iChat 이용을 시작했어요. 아주 잘되는 구만요. 제 맥에는 카메라가 없어서 로지텍 카메라 설치하고 삽질좀 했구만요.

  5. 우와아~! 너무 탐나는 맥북이네요..
    전 파이어와이어 포트가 없는 관계로,
    새 맥북이 나온 다음날 구형 맥북블랙을 사 버렸습니다..ㅠ.ㅠ
    따님께서 2월에 치르는 시험도 좋은결과 있기를 빕니다.
    제가 필요한일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이번주만 지나면 일단 바쁜건 한시름 놓을듯합니다.

    1. 여기도 구형 맥북 블랙이 남아 있더라구요.
      150만원 정도 하던데 그걸 살려니 그래픽 카드가 걸려서 결국은 신형을 사고 말았습니다. 대부분의 기기가 화이어와이어와 USB를 동시에 갖추고 있어서 고민끝에 신형 맥북으로 결정했어요. 아이 고모는 맥북 프로로 사주겠다고 했는데 너무 커서 아이가 들고 다니기가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주 월요일에 치는 시험을 잘쳐서 붙으면 우리가 좀 편할 것 같습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