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과 나무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월 16일 경기도 덕소의 새재고개 올라가는 길에서


눈이 내리자 눈이 산을 하얗게 덮었다.
산은 잠시 산을 버리고 어디나 눈밭이 되었다.
눈이 내리면 사실 어디나 눈밭이 된다.
밟으면 부드러운 밭처럼 쑥쑥 들어가기 때문에
눈밭이라 불렀을 것이다.
눈이 내린 날 그래서 세상은 어디나
풀과 나무들이 뿌리내릴 수 있는 밭이 된다.
심지어 뿌리가 넘볼 수 없었던 바위 위에도
한뙈기의 작은 눈밭이 놓인다.
눈밭으로 변한 산의 여기저기에
나무들이 눈밭에 발목이 빠진채 서 있었다.
봄에야 풀리는 흙의 갈증을
눈이 내린 날,
잠시 그 하얀 눈으로 해갈하며
실컷 흙에서 길어올릴 생명의 봄을
꿈꾸고 있었다.

6 thoughts on “눈밭과 나무

  1. 겨울이 겨울답지 않게 왔는가 싶었는데 입춘이라네요.
    사진만 보면 눈이 많이 온 것처럼 느껴지는데 영동지방은 가뭄이라고 합니다.
    겨울이 겨울답지 않았던 게 확실합니다.

    1. 사진을 들쳐보고 있노라면 눈은 2월 중순쯤부터 많이 왔던 것 같아요. 곧 중순이 되니까 눈소식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물 때 오면 눈왔다고 좋아하며 사진찍으러 가도 좀 덜 미안할 것 같습니다.

  2. 입춘이군요.
    저의 집 뒷뜰에는 매화가 왔다가 벌써 떠났습니다.
    어느 시인은 봄은 기다림마져 잃었을 때도 온다고 했지요.
    기다림은 동백으로 피어나고, 뒤이어 산수유, 벚꽃, 목련, 라일락… 그렇게 봄은 피어나겠지요.

  3. 오늘 입춘이에요…!
    겨울 눈밭 속에서도 움트고 있었을 생명을 느끼는 날…
    흙에 더 가까이 다가가면 뿌리의 소리들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겨울의 풍성한 이야기들을 여기 오면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 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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