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자 눈이 산을 하얗게 덮었다.
산은 잠시 산을 버리고 어디나 눈밭이 되었다.
눈이 내리면 사실 어디나 눈밭이 된다.
밟으면 부드러운 밭처럼 쑥쑥 들어가기 때문에
눈밭이라 불렀을 것이다.
눈이 내린 날 그래서 세상은 어디나
풀과 나무들이 뿌리내릴 수 있는 밭이 된다.
심지어 뿌리가 넘볼 수 없었던 바위 위에도
한뙈기의 작은 눈밭이 놓인다.
눈밭으로 변한 산의 여기저기에
나무들이 눈밭에 발목이 빠진채 서 있었다.
봄에야 풀리는 흙의 갈증을
눈이 내린 날,
잠시 그 하얀 눈으로 해갈하며
실컷 흙에서 길어올릴 생명의 봄을
꿈꾸고 있었다.
6 thoughts on “눈밭과 나무”
겨울이 겨울답지 않게 왔는가 싶었는데 입춘이라네요.
사진만 보면 눈이 많이 온 것처럼 느껴지는데 영동지방은 가뭄이라고 합니다.
겨울이 겨울답지 않았던 게 확실합니다.
사진을 들쳐보고 있노라면 눈은 2월 중순쯤부터 많이 왔던 것 같아요. 곧 중순이 되니까 눈소식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물 때 오면 눈왔다고 좋아하며 사진찍으러 가도 좀 덜 미안할 것 같습니다.
입춘이군요.
저의 집 뒷뜰에는 매화가 왔다가 벌써 떠났습니다.
어느 시인은 봄은 기다림마져 잃었을 때도 온다고 했지요.
기다림은 동백으로 피어나고, 뒤이어 산수유, 벚꽃, 목련, 라일락… 그렇게 봄은 피어나겠지요.
봄이 기지개를 켠 탓인지 요 며칠 날이 푸근합니다.
다시 꽃들과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합니다.
오늘 입춘이에요…!
겨울 눈밭 속에서도 움트고 있었을 생명을 느끼는 날…
흙에 더 가까이 다가가면 뿌리의 소리들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겨울의 풍성한 이야기들을 여기 오면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 한지요.
몰랐는데 우연하게 봄이 일어서는 시점을 맞추었네요.
요럴 때는 좀 짜릿하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