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되면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가
강변역에 나가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한번 건너가 보세요.
지하철이란 말과 달리
그곳의 지하철은 지하에 묻혀있질 않아요.
강위를 달려 한강을 건너고
성내역에 잠시 머문 뒤
그리고는 이내 다시 지하로 파고들죠.
강변역의 높다란 빌딩 테크노마크 10층에서
한강을 내려다 보고 있는데
지하철이 한강을 건너가고 있었죠.
갑자기 은하철도 999가 떠올랐어요.
약간의 상상력을 들이밀면
그렇게 강변역에서 한강을 건너는 지하철은
곧바로 은하철도 999로 돌변할 수 있어요.
밤늦은 시간의 풍경은 그 상상력에 협조를 아끼지 않죠.
강가의 아파트와 빌딩이 켜든 불빛은 이제 모두
우주에 뜬 별빛이 되는 거예요.
이곳 우주는 별들이 상당히 촘촘히 뭉쳐서 떠 있어요.
강변역의 지하철이 건너가는 잠실 철교는
차들이 옆으로 함께 다녀요.
그 차들이 상상력을 방해한다면
그 차들은 그냥 개인용의 작은 우주선으로 생각하면 되요.
왜 스타워즈 같은 영화보면 그런 작은 우주선들이 마구 날아다니잖아요.
이제 우리가 탄 은하철도 999는
잠시 별빛이 무수히 빛나는 풍경을 선물한 뒤,
주변이 온통 시커먼 우주로 날아갈 거예요.
내가 만들어낸 소문이긴 하지만
밤이 어두워지면
낮동안 지하철이 다니던 강변역에서
은하철도 999가 출발한다는 소문이 있어요.
그러니 상상력을 탑승권으로 챙기시고 강변역으로 나가
가끔 은하철도 999를 타시고
잠깐 동안 우주로 가는 여행을 즐겨보세요.
재수가 좋으면 우리가 탄 은하철도 999에서
메텔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메텔을 찾아 수소문하다가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을지도 몰라요.
나의 경우라면 이런 소식을 듣게 되는 거죠.
‘메텔은 언제부터인가 이름을 바꿨다더군요.
지금은 기옥이란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들었어요.’
아마 나는 잠깐 동안 멍해지겠죠.
정신을 가다듬고 난 나는 아마도 그 말을 다시금 확인하려 들거예요.
‘내가 그 여자를 아는데 메텔이라고 보기엔 너무 뚱뚱해요.’
그럼 그 사람은 이렇게 말하겠죠.
‘철이 녀석이 너무 속을 썩여서 그렇게 되었다더군요.
스트레스 받아서 살이 쪘대요.’
충격이야 좀 되겠지만
그녀를 처음만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사랑하던 날 우리 모두의 여자가 메텔이었다는 생각은 들거예요.
아, 마지막으로 일러둘 건,
상상력만으론 안되구요,
지하철 탑승료는 따로 내셔야 해요.
8 thoughts on “한밤의 강변역 지하철”
우리 모두의 여자가 메텔이었던 것은 분명한 것 같은데
정작 메텔은 우리를 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전 은하철도 999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려고 했는데… 그럼 우리가 은하철도 999를 타고 어느 우주로부터 여기 지구로 불시착한 메텔과 철이들인 건가요.
항상 제 상상력보다 한 수 더 나가시는군요.
제가 떠났던 우주의 고향이 어디였었는지 한번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저도 상상력이란 탑승권을 끊어서 지금 당장 강변역으로 나가렵니다.
한강을 지나고 영등포를 지나고 안양을 거쳐 수원까지 가보고 싶어요.
수원역에서 떠나는 기차를 잡아타고 부산까지 내처 달리고 싶은 기분이에요.
얼었다 녹았다 구름이 끼었다가 비가 오더니 다시 햇볕이 쨍쨍… 그래요. 겨울은 길고 지루하지만 ‘기다리지 않아도, 기다림 마저 잃었을 때에도’ 봄은 온다고 했던가요, 마침내 오고야 말 너, 봄은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오겠지요.
전철이 이제는 서울에서 북쪽으로 소요산, 남쪽으로 천안, 동쪽으로 용문까지 갈꺼라고 하더군요. 일단 용문까지 가는 전철은 현재는 국수라는 곳까지 갔는데 그곳만 가도 사진찍을만 하거든요. 올 한해는 상상력 챙기고 전철로만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봐야 겠어요.
대여섯 해 전까지 직장이 강변역 가까이 있어서
낮밤에 테크노 10층 난간에서 희뿌연 한강 바라보던 기억이 새롭네요.
상상력이란 티켓 한 장 끊어서 다시 가 보고 싶어집니다.
영화보러 갈 때마다 10층에 들러서 사진을 찍게 되네요.
아무래도 그만한 높이를 확보하기가 싶지 않아서 그런지
갈 때마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노는게 괜찮은 거 같아요.
새로운 메텔이 얻어 걸릴지도…ㅋ
환율을 보고 있다가 생각이 나서 잠시 들렸네요.
나름 진정했던 영국 파운드도 난리났고, 게다가 엔화는
1600원이나 되었으니, 따님이 이제 일본에 가실텐데
이만저만 고민이 많으시겠습니다. 저희 학교 같은 경우는
작년까지 주던 장학금들도 경기때문인지 싱청서조차 인터넷에서 사라져버렸네요.
올 봄은 장학금으로 좀 버터볼까 했는데…
여긴 그래도 날씨라도 살짝 따뜻해졌는데, 한국은 아직 춥죠?
빨리 경기도 나아지고, 환율도 안정되서
유학생을 둔 부모님들 마음이 좀 편안해졌으면 좋겠네요.
좋은 한주 보내시길요~
춥다가 풀렸다가 그러고 있어요.
공부시키려고 집을 내놓았는데 잘 나가질 않네요.
저도 쉽게 공부한게 아니었는데 딸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뭐 어떻게 되겠지 하고 있어요.
정님도 좋은 일 생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