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는 꽃은 노랗다.
봄이 오면 먼저 꽃으로 나무를 장식하며
나중에 잎들이 얼굴을 내밀고 그 곁을 함께 한다.
잎은 시작 때는 초록빛이다.
꽃은 지면서 열매로 건너간다.
꽃이 건너가 자리를 잡았을 때의 열매도 초록빛이다.
잎과 열매는 초록빛으로 여름을 난다.
열매가 익을 때쯤이면
빨간 빛이 슬쩍 초록을 밀어내고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빨간 열매는 작은 불꽃처럼 흔들리곤 한다.
한가운데 불꽃만 있고, 빛은 나지 않는 불꽃이다.
사실은 불꽃이 아니라 빨간 심지일지도 모른다.
잎에서도 빨간 빛이 슬쩍 초록을 밀어내고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잎은 빨간 빛을 열매처럼 뭉쳐놓지 않고 조금 넓게 펼쳐놓는다.
열매가 작고 빨간 심지를 내밀었다가 떠난 가지에서
잎은 한참 더 자리를 지킨다.
그러다 보면 늦가을 쯤
단풍 든 붉은 산수유 잎이
열매의 작은 심지가 남기고간 불빛처럼
늦가을의 가지에 걸린다.
그렇게 산수유는 가장 마지막 순간에
빨간 불빛으로 빛났다가 꺼진다.
그리고는 이듬 해,
다시 노란 꽃으로 새로운 봄을 시작한다.
6 thoughts on “단풍든 산수유 잎”
산수유 꽃은 봤는데 정작 단풍든 모습은 본 적이 없습니다.
단풍도 예쁜데 여직 모르고 살았네요.
꽃구경 가서 사람 구경하는 것보다 가을에 단풍구경을 가야겠습니다.
마음을 끄는 사진은 따로 골라놓고 가끔 들여다보는데… 글이 생각이 안나면 계속 묵히게 되요. 어제 갑자기 이 사진을 보는데 그제서야 사진에 붙일만한 글이 생각나더라구요.
꽃도 좋고, 단풍도 좋고… 그치만 명바구는 없으면 더 좋구.
붉은 등 매달아놓은 것 같어.
오늘처럼 흐린 날은 저런 등 하나쯤 매달아놓으면 따뜻할 듯.
당신 맘에 붉은 등 하나 켜놓고 갑니다~
붉은 등이라고 하니까 공리나왔던 홍등 생각나네.
봄꽃은 노란빛깔이 많은 것 같아요. 개나리, 산수유, 생강나무, 수선화, 유채꽃, 복수초… 남쪽 캘리포니아는 이 무렵이 되면 노란 갓꽃이 온 들판과 언덕을 덮으며 피어나고, 산 비탈마다 파피의 천국으로 변한답니다.
지난 가을 빨간 불씨가 나무 속에 숨어 있다가 꽃으로 피어나는 것 같아요. 앞다투어 봄맞이 하는 꽃들이 고맙고 감사합니다. 지난 가을의 약속을 꽃으로 화답하는 그들이…
파피가 뭔지 찾아봤어요. 그 풍경도 참 아름다울 것 같아요. 봄이 오면 제일 좋은 점이 꽃 친구들을 만나는 것 같습니다. 카메라 렌즈도 수리해 놓았으니 올해도 부지런히 꽃 친구들 찾아다녀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