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분의 1초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3월 1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굽은다리역에서

13분의 1초란 얼마나 짧은 시간인가.
나는 그 시간만 조용히 손을 멈추면 된다.
그러나 손은 그 짧은 시간에도 불안한 흔들림을 멈추지 못한다.

지하철 승강장의 바닥에 떨어져 있는 종이 클립 하나.
하필 바닥의 타일과 타일 사이로 떨어져 있다.
두 개의 타일을 종이 클럽으로 끼워서 연결해놓은 느낌이 난다.
그 느낌이 카메라 렌즈를 종이 클럽으로 끌어당긴다.
조용히 카메라 렌즈를 종이 클립에 갖다 댄다.
13분의 1초만 손을 멈추고 셔터를 누를 수 있다면
종이 클럽을 선명하게 사진 속에 남길 수 있다.
그러나 손은 그 짧은 시간도 조용히 움직임을 멈추고 견디질 못한다.
때로는 미세하게, 때로는 또 확연하게 흔들린다.

종이 클립을 찍었는데
찍고 보니 13분의 1초를 견디지 못한
내 손의 흔들림이 찍혔다.

우린 가끔 손에 들린 카메라처럼
극히 짧은 시간도 견디질 못한다.
그러나 때로 삼각대에 올라앉은 카메라처럼
아주 길고 오랜 시간을 조용히 견디기도 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3월 1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굽은다리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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