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은 곧잘 손바닥 같다.
여름과 가을의 잎은
그 손바닥에 색을 움켜쥐고 있다.
가을은 잎이 손바닥에 쥔 여름색을 가져가는 대신
고운 가을색을 건네준다.
잎은 가을이 건네는 그 색의 화려함 때문에
설레는 마음으로 손을 벌려 가을을 맞는다.
겨울은 좀 다르다.
겨울은 잎이 손바닥에 쥔 가을색을 모두 거두어간다.
잎은 손을 오므려 색을 빼앗기지 않으려 안간힘이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나 색을 빼앗겨도 잎은
지난 여름과 가을의 추억 만큼은
손에 움켜쥔채 내놓지 않는다.
겨울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 봄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서둘러 푸른 잎을 새롭게 일으키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잎의 손바닥에서
이젠 추억의 빛깔로 바랜
여름과 가을의 색깔을 들여다보며
조용히 지난 해의 여름과 가을 얘기를 듣는 일이다.
봄이 오면 언제나 가지 끝에서
겨울을 넘긴 빛바랜 잎 하나가
찾아온 봄에게 지난 여름과 가을 얘기를 들려준다.
봄은 언제나
잎이 손에 쥐고 놓지 않은
지난 해의 추억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6 thoughts on “잎의 손바닥”
지난 해의 추억으로 시작된다…
4계절은 제겐 언제나 봄인가 합니다.
어떻게 나이를 30에 묶어두고 사시나 했더니…
항상 싱그러운 봄날만 살아가는게 비결이셨군요.
그 손을 보며 우리는 지난 추억이 마르지 않도록
또 다른 추억을 만들고 있겠지요.
이제 아기 손같이 오물오물 생기가 돌 때가 되었네요.
오늘도 볕이 좋아 어린이대공원 식물원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식물원 바깥의 산수유도 노랗게 몽우리가 잡혔더군요. 잎보다 꽃으로 먼저 오는 봄이니 예봉산 산자락에 가서 복수초나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봄은 마른잎의 지난 여름과 가을 이야기를 들으며 오고 있네요.
속살속살~~
봄엔 더더욱 숲에 속삭임이 가득한 것 같아요.
오래간만에 걷는 숲길이 아주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