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구경

아무래도 동물원에 가면
제일 오랫 동안 그 앞에서 서성거리게 되는 것이 원숭이 앞이다.
그 앞에서 원숭이가 진화해서 인간이 되었다느니 하는 소리는 안하는 것이 좋다.
그랬다가는 아이들의 당혹스런 반문에 부딪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 아빠, 저 원숭이는 몇년 있으면 사람되는 거야?”
꽃들이 실어다주는 봄을 찾아 어린이대공원에 갔다가
원숭이 앞에서 잠깐 시간을 보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3월 11일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

당신들이 날 구경하는 것 같지?
천만에.
나는 안에서 당신들을 구경하고,
당신들은 바깥에서 나를 구경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3월 11일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

야, 나는 왜바?
난 원숭이 아냐.

-원숭이만 보면 심심하잖아.
근데 낙타야, 넌 뭘 그렇게 질겅질겅 씹고 있니?

요즘 씹을 게 어디 한두 가지냐.
그런 거 안씹고 속에 쌓아두면 홧병된다.
씹을 것들은 잘근잘근 씹으면서 살아야해.

-오, 그래?
니 말 들으니 2MB Out 껌 요런거 나오면 무지 잘 팔리겠다.
한국에선 자기 전에 2MB Out 껌을 잘근잘근 씹어줘야
그나마 잠자리를 편안하게 가질 수 있습니다. ㅋㅋ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3월 11일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

아, 봄은 봄인가 보다.
하품이 절로 나네.

-하품 두 번만 했다가는 입 찢어지겠다.

만약 그런 일 벌어지면 저 위 전화번호로 당장 신고해줘.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3월 11일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

비둘기들이 원숭이 구경하러 단체 관람 오셨다.
아무래도 제일 왼쪽에 있는 비둘기가 인솔자인 것 같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3월 11일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

역시 단체 관람을 인솔하고 다니면 뭐든 제대로 볼 수가 없어.
진득하게 좀 보지, 다들 또 어디로 날아간 거야.
이거야, 원, 구경을 하는 건지, 여기저기 눈도장을 찍고 다니는 건지.
혼자 남았으니 이제 나나 여기서 완전 단독 관람이나 즐겨야 겠다.

2 thoughts on “원숭이 구경

  1. 창경원에 처음 같던 기억이 납니다.
    별천지가 따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창경원 원숭이는 팔도 사람을 다 만났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어찌 보면 저보다 인간관계가 훨씬 넓어 보입니다.
    원숭이는 아주 커다란 철창에 갖힌 우릴 보고 안쓰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는 놈상들마다 껌 씹는 소리만 해대고 말이죠.

    1. 맞아요.
      예전에는 창경원에 동물원이 있었죠.
      그것도 이제는 먼 추억이 되어 버렸군요.
      창경궁에 이제 꽃이 한창일텐데 한번 보러가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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