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컴퓨터 앞에 앉아
이것저것 정리하고 있는데
딸이 맥용 메신저인 iChat으로 들어온다.
오늘 학교 가느냐고 물어봤더니
오늘은 유학생 대상으로 한 오리엔테이션이 있고
다음 주 월요일인 30일에는
학부생들이 모두 모이는 과목등록설명회가 있다고 했다.
딸이 나가면서 속삭인다.
“갔다올게요~ 사랑해ㅋㅋ”
오, 딸이 말해주는 사랑이 이렇게 달콤한 것일 줄이야.
잠시 그 달콤함 때문에
머릿속의 모든 것이 흐릿하게 지워지면서 텅빈다.
달콤한 사랑의 속삭임은
종종 그것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모두 지워버린다.
그녀에게 보여주었더니
일본 생활 며칠 하더니 철들었나보다고 했다.
딸이 떠나면서 비워놓았던 자신의 자리를
조금씩조금씩 먼 곳의 자신으로 채워주기 시작하고 있다.
–내용 업데이트
밤에 딸이 돌아오자
이번에는 그녀가 내 맥을 꿰차고 앉는다.
그녀의 맥은 클래식 모드로 작업 중이어서 딸과 접속할 수가 없다.
일이 끝나야 OS X 모드로 돌려서 딸과 접속할 수 있다.
비디오 영상을 틀어놓고는 얼굴 마주하고 한참 딸하고 수다떤다.
나중에 그녀가 마루에 있는 내게 한마디 하신다.
“나한테도 사랑한다고 했어!”
사랑이란 참 좋은 거구나.
그 멀리 일본에서도
이곳의 빈자리를 조금은 채워줄 수 있는 거구나.
유학의 부작용, 바로 그리움과 보고싶음에 잠시 시달리고 있지만
사랑이 그 부작용을 조금은 덮어주고 있다.
9 thoughts on “사랑의 달콤함”
역시 좋습니다. ^^
편지만으로, 메신저만으로 전달하던 사랑도 좋지만~
역시… 얼굴이나마 볼 수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지요ㅠ_ㅠ
얼굴보니 좋긴 하더군요.
시대는 좋은 시대인거 같아요.
우리 어무이가 우셨어? 문지땜시….참…짠하네..그려…TT..TT
요즘 우리집 두 여자가 모두 뭐 먹다가 울곤한다.
맛있는 것보면 문지 생각난다고…
이거야, 원, 딸은 씩씩하게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디.
아무래도 당분간 맛있을 걸 해먹질 말아야 겠다.
맞아 문지는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꺼야..근데 왜 맛난걸 그렇게 많이 해먹어? ㅋㅋㅋ…어떻게 엄마의 심정을 알겠어..그게 자식이야..ㅋㅋ 엄마가 되면 엄마의 마음을 알겠지..
생각하면 같은 시간대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복처럼 느껴집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다면 낮과 밤이 바뀌어 불편할텐데 말이죠.
사랑의 채팅이 캐 간지납니다.
그게 지구 반대편 나라도 살짝 시간이 겹치긴 하더라구요. 우리 일어나고 나면 그때 자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봐야 겹치는 시간이 1시간 정도밖에 되질 않았지만요.
엇, 이 녀석이 왠일로 하는 생각이 들 틈도 없이 곧바로 마냥 기분이 좋아져 버렸지요.
아딸(아빠와 딸이란 간식집이 있어요^^)의
짧지만, 긴 대화에서 여운을 느낍니다.
벌써부터 보고 싶으신 건 아니겠죠?ㅋㅋ
그게 아마도, 매일 제가 원하는 걸 직접적으로 말을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애 엄마는 “나한테 무슨 할 얘기 없냐”고 묻는데 반해 저는 “아빠는 듣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말하거든요. 딸이 뭔데라고 물으면 그게 “아빠 사랑해야”라고 말하죠. 그러면 딸이 낄낄대면서 “사랑해”라고 해줘요. 근데 지 엄마의 얘기에는 “없어”라고 말하더라구요.ㅋㅋ
보고 싶기는 한데 지 엄마만큼이나 할까 싶어요.
저는 부산에서 반가운 분이 올라와 밤새 술마시고 들어왔으니…
근데 허전하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