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남쪽 옹성의 성곽을 걷다가 만난 새 한 마리,
노랫소리로 내 시선을 끌어간다.
새는 나뭇가지를 위아래로,
혹은 옆에서 옆으로 뛰어다니며
노래를 부른다.
새가 자리를 옮길 때마다
내 시선도 분주하게 새를 쫓아다니며
이 가지에 잠시 얹혔다, 또 저 가지에 잠시 얹힌다.
새는 따라붙은 내 시선을
이 가지 저 가지에 널어놓으며
쉼없이 노래를 부른다.
이름은 모르지만
이름을 몰라도 상관은 없다.
새는 내게 층층나무의 새집에 사는 새가 된다.
다행히 새의 새집이 있는 나무는 이름을 알 수 있었다.
그 나무의 새집이 이 새의 집이다.
노래부르던 새가 그 새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층층나무의 굵은 줄기를 꼭 껴안고
기우뚱하게 매달려있는 집이다.
층층나무엔 5월이나 6월이면 하얀 꽃이 가득 담길 것이다.
새는 그때쯤 집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층층나무의 흰꽃이 바로 눈앞에서 흔들리는 부러운 집에 사는 새가 될 것이다.
가끔 이름을 몰라도 상관이 없다.
푸른 대문집에 사는 여자로 기억되면
이름 석자만으로 기억된 여자보다
더 깊은 울림으로 남는 법이다.
남한산성 남문쪽 옹성 안쪽에는
이름은 모르지만
산성과 눈높이를 맞춘 커다란 층층나무의 새집에 살며
가끔 층층나무의 가지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노래를 부르는
새가 한 마리 살고 있다.
5 thoughts on “층층나무의 새집에 사는 새”
잠자고 일어나서 컴퓨터를 켰는데, 제 모니터 한가운데에
초록색 줄이 좌악 가있네요. 그냥 픽셀 하나가 죽은게 아니라,
무슨 선이 나간것 같은데… 가슴이 미어집니다. 에효.
덕분에 동원님이 찍으신 새의 눈에도 파란 줄이 좌악 가서 보인다는…. =(
캐나다에서는 비둘기가 집 베란다에 잘 앉았는데,
이상하게 영국에선 한마리도 앉지않네요. 무슨 안좋은 경험들이 있는지..
그리고 여기 새들은 이상하게 새벽 두시쯤만 되면 잠안자고 울어제낍니다.. 신기하게..
그래픽 카드에 문제가 생겼거나 그래픽 카드 연결선이 느슨하게 풀리면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모니터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그래픽 카드 쪽인 셈이예요. 서비스 받으러 가셔야 할 것 같은데요.
산새소리는 사실 비둘기 우는 소리보다는 훨 아름답더라구요. 새도 예뻤구요.
울음소리가 아주 곱더라구요.
보통 카메라를 들이대면 도망가는데 별로 경계도 안해서 편하게 사진을 찍었어요.
이름은 몰라도 층층나무 새집에 사는 새니까요. ㅋ
노래를 꽤나 잘하는 새였나봐요.
사람의 시선을 한참 끌고 다녔다니 말이죠.
독특한 모습이네요. 회색과 옅은 밤색의 조화도 그렇구요.
반짝반짝 빛나는 검은 머리와 짧은 부리가 꼭 짧게 깍아놓은 연필 머리 같아요.
층층나무는 버몬트 할머니가 좋아하는 나무인데 남한산성에 있군요.
하얀 꽃이 가득하면 어떤 모습일까.. 꼭 보고싶네요.
분명히 고음불가는 아니었어요. ㅋ
아마 보시면 아, 이 나무 하실 것 같아요.
꽃을 보면 대개 구별이 가니까요.
꽃구경은 잘 하셨나요.
식물원에서 시간보내고 남한산성으로 올라와선
샛길로 들어가서 이곳 옹성에서 시간을 보냈죠.
여기가 나무들이 물오르면 나뭇잎들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예요.
지난 해에 남한산성의 좋은 사진들 여기서 많이 건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