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집에서 일하고 있다.
바깥 출입이 거의 없다.
오늘 누군가 자꾸만 창을 두드린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보았지만 아무도 없다.
마당엔 그저 화사한 봄볕만이 그득하다.
창을 살펴보니
파랗게 솟은 잎을 한가득 든 넝쿨장미가
창문 유리 속으로 깊숙이 그 잎을 들이밀고는
푸른 손으로 창을 흔들고 있다.
그랬었구나.
넝쿨장미가 창을 두드린 것이었구나.
그래, 그렇다.
넝쿨장미는 겨우내내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겨울엔 어디론가 갔다가
봄철에 파랗게 물이 오른 잎을 들고
어디 먼 곳에서 나를 찾아오듯이 오는 것이
또 넝쿨장미이다.
그렇게 올해도 어김없이
넝쿨장미가 나를 찾아왔다.
푸른 손을 유리창 속으로 뻗어
창을 두드리면서.
그 소리를 따라 바깥으로 나갔다가 마당에 섰다.
넝쿨장미가 푸른 손에 햇볕을 가득 받아 투명한 연두빛으로 켜들고
일제히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생각해보니 넝쿨장미가 문을 두드릴 때,
그 문두드리는 소리에선
붉은 꿈이 희미하게 서린 푸른 느낌이 났었다.
한참을 넝쿨장미의 푸른 잎 아래 서 있었다.
8 thoughts on “넝쿨장미의 노크”
이 댁의 넝쿨장미는 이미 울타리를 넘어버린 거 아세요?
해마다 5월이 가까와 오면, 이 댁의 장미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꽤 많을걸요.
저 역시 이제 넝쿨장미, 하면 천호동 장미다방의 장미를 제일 먼저 떠올리는 1人이구요.
새순이 너무 반갑습니다.
작년에 지는 넝쿨장미를 이 블로그에서 보면서 아쉬워하던 기억이 선명한테 어느 새 반가운 만남이군요.^^
매년 새순으로 시작해서 꽃으로 한해를 열더니
올해는 어쩐 일로 문을 다 두드리는 군요.
매년 보는데 올해는 어떻게 우리 집에 머물다 갈지 궁금합니다.
꽃이 없어서인지 가시도 보이질 않습니다.
지금은 튕길 입장이 아니어서 창문에서 기웃거리며
서성거리는 것 같습니다.
꽃 피기 전에 단디 군기를 잡아 놔야지
그렇지않으면 꽃 피면서 담장 밖으로 넘어가려고 할 겁니다.
벌써 줄기 몇개가 담장밖으로 나갔습니다.
이번 주에 다시 안으로 들여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말씀 듣고보니 저한테 와서 벌써 한눈팔고 있군요.
하긴 뭐 그게 인생이긴 하지만요.
와우~
새파란 배경에 투명한 장미 잎.
쏙이 시원해지는 싱그러운 사진입니다.
5월쯤 장미가 한창일 때 한번 놀러오셔야죠.
이번에는 1층에만 있다 가셔야 하지만 그래도 장미와 함께 하는 5월의 하루는 괜찮을 듯 싶어요.
요즘 나무의 새순을 만져 보면 어찌나 야들야들 보들보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지요. 바라만 보아도 저절로 생기가 차오르는 것을 느낀답니다. 빛을 머금은 넝쿨장미의 연두색 잎들처럼…
초록은 새순이 나고, 그때부터 완전히 진초록이 되기까지의 이즈음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 이때 빛을 머금고 있으면 황홀하게 쳐다보고 있게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