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나면 어디 멀리 산이라도 가고 싶지만
항상 멀리 잡는 여정은 여러 사정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
그래서 서울 근교에서 사진찍으러 갈만한 곳을 뒤적거리다
성남시에서 식물원을 무려 네 곳이나 운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남에 있는 신구대학교에도 식물원이 있는데
일반인들에게 공개를 한다고 한다.
좀 이른 감이 있었지만 3월 12일날
성남시 은행동에 있는 성남시립식물원에 가보기로 했다.
이곳은 은행자연관찰원이라 불린다.
신구대학교 식물원도 근처에 있다.
일찍 걸음하면 두 곳을 모두 들러볼 수 있다.
하지만 예상대로 너무 이른 걸음이라 많은 꽃은 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허탕을 친 것은 아니었다.
지난 해 피었던 꽃들이 남기고간 자취를 구경하는 것도 남다른 재미였다.
아, 저게 그거구나 하면서 그 자취로 이름을 익히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3월 21일날, 성남의 그 은행자연관찰원을 그녀와 함께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제법 꽃들이 많았다.
이곳이 찾아가기가 쉽지가 않다.
물론 알고 보면 아주 쉽다.
처음엔 지하철을 타고 갔다.
남한산성입구역에서 아주 가깝다.
1번이나 2번 출구로 나와 길을 건넌 뒤
상원초교나 중부초교 앞의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나온다.
난 처음에는 상원초교가 있는 쪽으로 갔었다.
지하철에서 나와 길을 건넌 뒤
그냥 막연하게 걷다보면 나오겠지 하는 심정으로 가다가
길가에서 만난 마을 안내도가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내려올 때는 중부초교 방향으로 내려왔다.
어느 쪽으로나 가파른 언덕길이어서 걸어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곤 한다.
차를 갖고 갈 때는, 글쎄,
산성역에서 남한산성 입구쪽으로 가다가
남한산성으로 올라가지 말고 계속 직진하면 표지판이 나온다고 설명하면
도움이 될런지 모르겠다.
길은 알겠는데 주변을 잘 모르니 설명을 못하겠다.
길은 알아서들 찾아가시고 그냥 꽃구경이나 하자.
벌레잡이제비꽃.
제비도 벌레를 잡아먹고
벌레잡이제비꽃도 벌레를 잡아 먹는다.
제비한테 잡아먹히면 공포스러울 것 같은데
이렇게 예쁜 꽃에게 잡아먹히면 죽어도 황홀하지 않을까.
산자고, 또는 까치무릇.
다 살자고 피는 꽃은 아니다.
미선나무.
우리나라 특산이라고 한다.
이 꽃의 보급을 위해 인생을 바친 사람들 얘기를 신문에서 봤다.
박미선이랑은 전혀 관계가 없다.
미선이란 부채의 일종인데 꽃이 그 부채를 닮았다고 한다.
할미꽃.
허리가 많이 굽으셨다.
피자마자 허리를 숙여 세상으로 엎드리니 제일 겸손한 꽃이다.
깽깽이풀.
이름을 알고나면 적잖이 당황스러워지는 꽃이다.
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인 임소영씨는 한겨레신문에 쓴 글에서
외발로 걷는 깽깽이 걸음에서 그 이름이 오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었다.
깽깽이 걸음을 걷듯 줄을 지어 피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나에겐 그 깽깽이 걸음이란 말도 낯설다.
우리는 한발로 뛰는 그 걸음을 깨금발이라고 했었다.
그럼 강원도식으로 하면 깨금발꽃이 되는데…
그렇게 이름붙이고 보니 아주 정겨워진다.
사진으로 보니 착시 현상이 생긴다.
볼록하게 보였다 오목하게 보였다 한다.
오목하게 보여야 정상이다.
바로 아래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니 거의 정상으로 보인다.
깽깽이풀.
요기는 나란히 줄서서 피지 않고
한군데 모여서 피었다.
깨금발로 뛰면 힘든 법이니까
가끔 이렇게 모여서 쉬기는 해야 한다.
수선화.
영어 이름은 나르시스.
영어 이름을 우리 말로 그대로 옮기면 자뻑공주되시겠다.
근데 예쁘긴 예쁘다.
물에 비치면 스스로도 반할만하다.
수선화.
우린 물이 곁에 있어야 해.
물, 물, 물이 어디 있는 거야.
수선화에겐 마실 물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미모에 빠질 수 있는 얼굴비칠 물도 중요하다.
장수만리화.
개나리인줄 알았더니 아니란다.
향기가 있었다. 물론 노란 향기였다.
팔랑개비인줄 알고 후 불었더니
‘나 아니거든’으로 나온다.
으, 이 광고의 후유증.
산수유.
노랑으로 빚어내는 아름다움은 참 다양하다.
개나리, 수선화, 생강나무… 모두 노란 꽃을 피운다.
물론 산수유의 꽃도 노랗다.
색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아름다움을 빚어낼 수 있다니…
자연은 눈여겨 들여다볼 때마다 참 놀랍다.
꽃다지.
모양은 비슷한데 흰 꽃이면 냉이꽃이라고 한다.
심어놓은 꽃은 아닐 것이다.
아마 식물원에서 심지 않아도
제가 알아서 자리잡고 피었을 것이다.
팥꽃나무.
지금은 꽃을 준비중.
꽃이 피면 무지 예쁘다는 나무.
잎보다 꽃이 먼저 나온다고 했다.
식물원의 친절한 직원분이 꽃피면 연락주겠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예쁜 꽃이라고 한다.
참느릅나무.
지금은 꽃을 추억중.
지난 가을에 피어났다 진 꽃의 흔적이다.
다시 꽃을 보려면 9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조팝나무.
잎이 마치 꽃같다.
잎은 자라면 잎이 될 수밖에 없지만
그러나 처음에 꽃의 꿈을 품고 세상으로 고개를 내민 것은
바로 조팝나무의 잎이었다.
조팝나무의 하얀 꽃은 그 잎의 꿈으로 피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14 thoughts on “성남시립식물원 꽃구경”
깨금발.
몇십 년 만에 들어봅니다.
할미꽃은 산소마다 피었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은 무척 보기 힘든 꽃이 되었더군요.
갑자기 고향 뒷산의 산소에 피어있었던
할미꽃들이 보고 싶어지네요.
생각해보니 고향 떠난 뒤로는
뒷산에 한번도 올라가보질 않았으니
그 뒤로는 한번도 못봤어요.
저도 깨금발이란 말을 몇십년만에 쓴 것 같아요.
멀지만 여기 남한산성으로 한번 놀러오던가요.
그럼 제가 막걸리 한잔 대접하리다.
반가운 꽃들이 많이 보이네요. 깽깽이풀, 미선나무, 장수만리화….
식물원 직원분이라 그런지 맘씨도 이쁘고…
덕분에 가만히 앉아 팥꽃나무도 볼수 있겠네요.^^
꽃다지는 냉이꽃이랑 아주 비슷하네요.
잎을 봐야 구별이 가는건지 꽃만으로도 차이가 있나요?
봄이 오니 좋네요.^^
저도 그게 궁금하긴 했는데 그냥 이맘 때 나오는 건 꽃다지고 좀 있다가 나오면 냉이꽃으로 구분하면 될 듯 싶어요. 물론 구별법이 있겠지만 저도 꽃에 대해선 잘 몰라서… 전 흔한 꽃이 좋더라구요.
근데 이거 찾아보다 보니 헷갈리네요. 냉이꽃은 희고, 꽃다지는 노랗다고 되어 있어서… 더구나 꽃다지와 냉이는 항상 한곳에서 섞여 핀다고 하네요. 잎으로는 구별이 된다고 되어 있는데 저게 꽃다지인지 냉이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은 식물원의 설명해주시는 분이 노란 꽃과 하얀 꽃 모두가 꽃다지라고 해서 저도 자신있게 꽃다지라고 올렸거든요. 꽃다지도 종류가 있는지라… 흰꽃이라고 냉이꽃이라 단정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서요. 일단 꽃다지로 가고 누군가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정정해야 겠어요.
아, 그것보다 일단 사진을 바꿔올려야 겠어요. 노란 꽃다지로.
사진 판독 결과 처음에 올린 것은 냉이꽃으로 판단이 됩니다. 사진 바꿉니다.
저도 냉이꽃은 희고 꽃다지는 노랗다고 알고 있었는데
꽃다지가 흰꽃도 있다고 하시기에 그런가보다 했어요.
주말에 애들 데리고 나가서 자신있게 냉이꽃이라고 가르쳐줬는데
그게 꽃다지면 어쩔까하는 생각도 들구요..ㅋ
저도 흔한꽃이 좋은데 너무 작아 눈에 띄지 않는 것도 많고
이름 알기도 쉽지 않아서 좀 그래요.
꽃다지도 이쁘고 냉이꽃도 이쁘네요. 잘 봤습니다.^^
정말 많이 찾으셨네요 ㅋ
몸을 숙이고 구석구석 다녔어야했는데 그리 하질 못해서…
조팝나무와 수선화는 봤어요.
수선화는 꽃모양이 뭔가 만들어놓은 듯 하여 그리 정이 안가드만
아주 생생하게 잘 담으셨네요.
저한테는 연락이 안오겠지요? 팥꽃나무 나오셨습니다.. 하고
저한테 전화하면 hayne님께도 알려드리라고 하던걸요… ㅋㅋ
그녀가 그러긴 하더군요.
눈길을 땅에 박고 꽃을 찾아다니니 꽃이 많을 수밖에 없지라구요.
사실 이게 다는 아니고… 조금 더 있답니다.
특히 매화가 좋았는데 다른데서 찍은 매화랑 함께 묶어서 올리려구요.
전화받으시면 연락주세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연락드리겠습니다. ㅋ
풍성한 꽃잔치가 벌어지고 있네요.
노란 수선화 앞에서 ‘일곱 송이 수선화’란 노래를 흥얼거려 보았네요.
‘가난한 이 마음을 당신께 드리리, 황금빛 수선화 일곱 송이를..~~’
꽃다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꽃이에요. 저저끔 알아서 피어나는 꽃, 소박하고 서민적인 ‘흰꽃’이지요.
꽃다지는 시골서 자랄 때 수도없이 본 꽃인데 사실 이름은 잘 몰랐어요. 어떤 꽃은 제가 알던 이름하고 다르기도 하구요… 어떤 꽃은 이름은 흔하게 듣는데 직접 본 적은 없기도 한데 수선화가 대표적인 꽃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5월쯤 가면 아주 볼만할 것 같았습니다. 집에서 가까우니 시간나면 쪼르르 달려갔다 와야겠습니다.
와, 어느샌가 저도 꽃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요.
깽깽이 풀은 정말 ^^; 갑자기 그지 깽깽이 라는 말이 생각나버렸어요;
꽃다지 라는 녀석은 이름을 몰랐었는데,
여기서도 꽤 많이 피더군요!
장수무릇이라는 꽃과 꽃다지 처럼 꽃 속에 꽃이 있는 녀석들은
참 신기하고 예뻐요. 옆사람도 좋아하는데말이죠. ^^
요즘 많이 적적하시진 않으신지… 조금은 걱정입니다.
기운 내세요!!
유학 후유증이 자식이 아니라 부모가 겪는 것이란 걸 몰랐지 뭐예요. 아이는 잘하고 있는데 저희가 보고 싶어서… 그녀는 더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떨어져 사는게 일상이 되려면 좀 시간이 흘러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고맙구요, 암행님도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