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의자

Photo by Kim Dong Won
서울 뚝섬의 한강변에서

잠시 시간이 나셨나요?
그렇다면 여기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의자에 앉아 잠시 쉬세요.
의자만 보이고 한강은 안보인다구요?
의자를 구경하지 말고 의자에 가서 앉으셔야죠.
사진 속으로 어떻게 들어가냐 구요?
듣고 보니 또 그러네요.
사실 저는 어제 저 의자에 앉아서 한강을 머리 속에 담아가지고 왔어요.
그래서 전 의자의 사진만 있으면
사진 속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을 수 있을지 알았어요.
제가 지금 그렇거든요.
의자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엉덩이를 의자에 맡기고 잠깐 동안 즐겼던 편안한 휴식과
눈앞에서 바람이 쓸고 가던 한강의 풍경이 동시에 그려져요.
그래서 그만 의자를 보여주면
의자에 앉아 바라보던 그 앞의 풍경까지 보일 거라고 생각하고 말았죠.
내 생각이 좀 짧았어요.
내가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당신도 내 곁에 함께 앉아 있었다고 착각을 한 거 같아요.
난 당신을 항상 마음에 담고 다니니까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때 당신은 내 곁에 없었네요.
어젠 나 혼자였어요.
갑자기 미안해 지네요.
음, 그렇지만 내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건 바로 자리를 옮기는 거예요.
자, 이제 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또 다른 의자예요.
여기서 잠시 쉬기로 해요.
저녁이 가까운 시간이라
빛도 그윽한 것 같네요.
우리에겐 가끔 이렇게 강가에서 보내는 휴식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Photo by Kim Dong Won
서울 이촌동의 한강변에서

5 thoughts on “당신의 의자

  1. 핑백: 빛그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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