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모래 밭에
조개껍질 하나 있었다.
온몸을 입으로 삼고 평생을 살았던 조개는
그러나 그 입을 쉽게 여는 법이 없었다.
그러더니 죽어서는 속을 텅 비우고
내내 입을 열어놓았다.
살아서는 굳게 다문 입같더니
죽어서 그렇게 내내 열어놓으니
이젠 입보다는 비워놓은 작은 가슴이었다.
바닷물이 밀려왔다 가면서
텅빈 그 가슴에 모래알을 차곡차곡 채워놓고 갔다.
작은 모래 알갱이가 사랑을 그리고 있었다.
그 바닷가 모래 밭의 조개 옆에
조개만한 작은 돌멩이 하나 있었다.
조개만큼 작아도
돌멩이는 돌멩이여서
몸은 견고하고, 또 완고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버리는 것.
돌멩이는 그 완고함을 조금씩 조금씩 내려놓고 모래가 되고,
이윽고 모래가 되어선 조개의 품으로 건너간다.
살았을 땐 입속으로 들어오면
퉤 뱉았던 사랑이
죽어서 빈 가슴을 채우고
사랑으로 자리를 잡았다.
삶을 비운 텅빈 품에서도
사랑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고
아침 나절의 햇볕에 그림자를 한켠으로 나란히 누인
조개껍질과 돌멩이 하나 사이로
그 사랑 얘기가 놓여있었다.
4 thoughts on “조개와 돌멩이”
사랑은 버리는 것인데 주워 담기만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돌멩이 날아오겠습니다.
생각해보면 돌멩이의 사랑은 참 슬퍼요.
모래가 되도록 자신을 버려도
모래씹는 기분이 되어 버리니.
조개껍질 속으로 들어 온 사랑도 언젠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요. 사랑은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비워내고 다른 곳으로 흘러갈 때.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바닷물이 다시 들어왔다 가는 그 짧은 시간만 채워져 있겠죠. 그냥 사랑은 삶과 죽음의 경계도 지워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