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한번도 쓰지 않다가
딸이 유학가면서 가장 친숙해진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바로 iChat이 아닌가 싶다.
어쩌다 딸이 접속했을 때를 놓치고 싶질 않아
딸이 접속하면 나의 맥이 문지를 세번 외치도록 해놓았다.
방법은 간단해서 텍스트를 음성으로 말해주는 선택 사항을 켜놓으면 된다.
딸이 접속했을 때 읽을 텍스트란을 “@” “@” “@” 으로 수정했더니
문지가 접속하면 맥이 급한 목소리로 외친다.
문지, 문지, 문지! 하고.
급하기도 하셔라, 알았어.
거의 하루에 한번은 빼놓지 않고 얼굴을 마주하는 것 같다.
대체로 화상 채팅은 iChat으로 하는데
간간히 윈도 머신을 이용할 때는 Skype를 활용하기도 한다.
iChat은 딸이 일본가기 전에 이미 깔아서 실험을 마쳤었고,
Skype는 딸이 일본에 간 뒤에 깔아서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녀와 함께 집에 있을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그녀가 홍대에 있는 동생 사무실의 한 귀퉁이를 얻어 바깥으로 나가면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iChat이 둘은 Video Chat이 잘되는데
셋이 하려고만 하면 뻑뻑 나가버린다는 것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잘 됐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셋이 하려고만 하면 화면이 퍽 나가버린다.
그때는 됐었는데 지금은 안될 때가 제일 난감하다.
별별 생각이 다든다.
혹시 내 맥만 시스템이 타이거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렇다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자니
그게 시간이 만만치 않게 드는 일이라
그것도 지금 상황에선 아주 난감하다.
그러다 결국은 iChat의 안내서를 자세히 읽어보기에 이르렀다.
카메라 아이콘이 두 개 있는데
셋이 하려면 아래쪽 카메라 아이콘을 누르란다.
항상 목록 바로 옆에 있는 아이콘을 눌렀는데 그게 문제였다는 얘기가 되었다.
뭐야, 이렇게 쉬운 거였어?
셋이 하는 Video Chat에 자꾸 집착을 하게 된 것은
그녀와 내가 함께 있을 때는 둘만 영상 통신이 되어도
내가 그녀의 등너머에 있으니까 그게 셋이 하는 통신이었는데
이제는 그녀와 내가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둘이 영상 채팅을 하고 있으면
한 사람은 왕따를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접속자 목록의 카메라 아이콘 두 개가 희미하게 들어와 있으면
그건 두 사람이 지금 화상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그럼 갑자기 나도 그 둘 사이에 끼어들고 싶은 욕망이 강해진다.
방법을 알고 난 뒤에 동생에게 알려주었고,
아침에 시스템의 사운드도 손을 보았다.
어떻게 된 것이 사운드의 입력 항목을 손보아도
접속할 때마다 설정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알고보니 iChat은 사운드 입출력 설정을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그게 시스템과 다르면 한번 사용을 하고 난 뒤로
시스템의 기본값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물론 시스템의 기본값을 손보았고 그랬더니 아무 문제없이 잘된다.
그리고 드디어 셋이 얼굴맞대는 3자 대면에 성공했다.
아직 그녀가 출근하기 전이라
딸과 저희 큰고모, 그리고 그녀와 나, 이렇게 넷이서 수다 떨었다.
오늘은 수업이 밤 아홉 시까지 있단다.
Skype는 둘까지는 화상 채팅이 되는데
셋으로 넘어가면 화상은 사라지고 목소리만 들리기 시작한다.
이상하게 전화로는 목소리만 들어도 전혀 느낌이 낯설지 않은데
컴퓨터 앞에선 소리만 들으면 그게 잘 적응이 되질 않는다.
컴퓨터 앞에선 보고 말을 나누어야 자연스럽다.
그것도 둘만 보고 말을 나누고 있으면
나머지 한 사람이 왕따를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만족스럽지는 않다.
현대 문명의 덕택에 매일 얼굴은 보고 있고
홍대로 나가는 엄마까지 셋이 한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아이가 멀리 일본으로 떨어져 있는데서 오는 그리움은
여전히 메꿔지지 않고 있다.
매일 보면서도 보고 싶은 그리움의 시대이다.
바로 곁에 없으면 얼굴을 매일봐도 그리움이 지워지질 않는다.
12 thoughts on “iChat으로 셋이서 얼굴 맞대다”
아.. 화목한 가정을 누리시는 동원님.
완전 부럽네요. 저는 막상 화상채팅은 잘 못하겠더라고요.
살짝 지겨우면 얼굴에 티나서, 딱 걸리는 바람에
싸우게 되서리.
따님이 제대로 미인이신데요?
저도 화상채팅은 잘 못해요.
사실 할 얘기없이 얼굴 마주보고 있으면
그것처럼 뻘줌한 것도 없잖아요.
그치만 자식과 부모 사이에 그런 어색한 건 없으니까요.
어제는 그냥 얼굴보고 잘자 한마디 했는 걸요.
딸라미도 아빠도 잘자 그 한마디 하고…
가족들 대화가 뭐 별거 있나요.
그냥 얼굴보는 걸로 만족이죠.
저는 맥북을 쓰면서도 스카이프만 썼지,
아이챗엔 무심했었는데, 한 번 써봐야겠습니다.
iChat이 아무래도 맥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보니… 잘 안쓰게 되요. 게다가 요게 예전에는 닷맥 계정이 있어야 쓸 수 있게 되어 있었어요. 요즘은 그게 모바일닷컴 계정으로 바뀌었죠. 어쨌거나 둘다 유료라서 사용하기가 그렇더군요. 물론 편법은 있었죠. 일단 시험 사용 기간으로 등록을 하고 유료로 전환을 하지 않는 거예요. 그럼 계정이 막혀도 여전히 iChat은 사용할 수가 있다더군요. 그러다 이제는 AIM 계정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죠. 저희는 AIM 계정을 만들어서 이용하고 있어요. 왜 애플은 이런 걸 유료로 하는가 모르겠어요. 초창기에는 닷맥도 공짜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유료가 되더라구요.
문지 일본가더니 스타일 더 좋아졌는데요~ ^^
미디어 공부하러 간줄 알았더니 패션 공부를 하고 계신듯.
와우. 한 분은 광을 팔아도 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면에서는 아날로그 세대도 디지털이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건강하게 지내고 있나 보네요.
덧. 매뉴얼은 언제나 고장 나야 펼치게 됩니다.
사실은 제가 처음 인터넷을 시작하던 초창기에도 그런 얘기는 있었어요. 디지털이 해체된 가족을 모아 준다는 얘기였죠. 넓은 땅덩이에 흩어져 살 수밖에 없는 가족이 저녁이면 메신저 창에서 모일 수 있으니까요.
딸아이가 쓰던 옛날 컴퓨터로 서버를 구축해서 집에서 쓰고 있는데 이게 아주 유용해요. 가족들하고 놀러가서 사진찍은 걸 여기에 올려놓고 가족들끼리 함께 보거든요. 디지털은 다 흩어져 살고 있어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해주는 측면이 있는 거 같아요. 디지털의 끝이 개인주의의 첨단이 아니라 원시의 씨족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아요.
이 긴글 저 다 읽었습니다.
뭔말인지 모르는거 모르는대로 ㅎㅎ
문지가 몰라보게 달라졌네요.
멀리서도 문지의 달라지는 모습을 매일
보고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예요.
옆에 붙어있음 수다떠는거 오히려 더 힘들지도 몰라요.
문지 얼굴이 일본에선 나이들어보이는 얼굴이라고 한다고 저렇게 머리 꽁지를 묶고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학교는 놀러간다고 하더라구요. 재미나는 가봐요. 공부는 안하고 왜 매일 서클질이야 했더니 공부하는 서클인데 뭘 그래 하면서 나오고. 영어 서클에 들어갔거든요. 고등학교 때보다는 재미나다네요. 강의 중에 사랑의 계보학이란 것도 있다고 하더군요. 10명이 토론하며 진행하는 수업이 있는 데 그런 것들이 재미나다고 해요. 이번 주에는 명품을 주제로 토론을 했다더군요. 시험은 거의 없고 과제물로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은가 봐요.
저는 부끄럽게도 Chat의 ‘본질’을 잘 모르는 터라…
말로만 듣던 화상통신의 진면모를 보는 것 같아요.
세 분의 모습 정다움 그 자체인 듯싶어요.
채팅한다는 말보다 다들 메신저한다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거 같아요. 집에서 일을 하니까 메신저가 작업 도구라 하루 종일 켜놓게 되요. 컴퓨터 시대라서 그런지 전화보다 메신저가 훨씬 편한 거 같아요. 물론 수다도 떨긴 하지만 일할 때 쓰는 용도가 아주 많아요.
화상통신은 전혀 사용을 안했는데 딸이 유학가니까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딸을 chatterbox라고 부르곤 했었는데 얼굴보고 수다떠니까 옛날 생각도 많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