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마음 담기

Photo by Kim Dong Won
2005년 3월 23일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

꽃에 마음을 담을 수 있다면
우선 꽃잎이 붉은 꽃을 고르겠습니다.
붉은 색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마음의 뜨거움을 담겠어요.
그렇다고 장미를 떠올리진 마세요.
난 장미보다 꽃잎이 아주 자잘한 꽃을 고르겠어요.
살맞대고 같이 자고,
일어나선 얼굴맞대고 같이 아침을 먹는
아주 작고,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일상을 하나둘 모으겠어요.
사소한 일상은 눈에 띄지도 않고
때론 지루하기도 하겠지만
꽃은 알려줄 거예요.
그 사소한 일상이 모여
우리의 눈을 끄는 꽃의 아름다움이 되는 것이라고.
꽃의 한가운데는 노란 꽃술이
결정처럼 박혀 있는 꽃을 고르겠어요.
사랑도 시들해질 때가 있는 법이예요.
하지만 실망하지 말아요.
내가 고른 꽃의 한가운데
우리의 사랑이 노란 결정으로 남아있을 테니까요.
꽃은 사라져도 그 결정 속에 잉태된
사랑의 씨앗은 사라지는 법이 없어요.
이젠 사랑이 식어 없어졌다 실망스러울 때쯤
다시 꽃은 피어 우리 앞에 서 있을 거예요.
꽃에 마음을 담을 수 있다면
난 색이 붉고
수없이 많은 작은 꽃잎을 모아
노란 결정을 둥그렇게 둘러싼 꽃을 고를 거예요.

2 thoughts on “꽃에 마음 담기

    1. 열심히 뒤져 봤는데 결국 이름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공원같은데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원예종의 꽃들이 오히려 이름 알아내기가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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