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커튼을 빨아야 한다며
창에 쳐놓았던 커튼을 떼었다.
창이 휑하니 드러났다.
휑한 창으로 넝쿨장미의 푸른 잎이 쏟아져 들어왔다.
푸른 봄이 집안 깊숙이 밀려들었다.
밤이 되면 골목의 가로등 불빛이
넝쿨장미의 푸른 잎을 떠밀었고,
빛에 밀려난 넝쿨장미의 그림자가
창에 어른거렸다.
그녀는 틈만 나면 커튼을 치자고 했다.
난 번번히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그 자리를 슬쩍 비켜나곤 했다.
다행히 그녀의 키로는
전혀 창에 커튼을 칠 수가 없었다.
곧 붉은 장미가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리라.
그때까지 커튼을 치지 말았으면 싶었다.
문열고 마주하는 넝쿨장미의 푸른 잎과
창에 담아 집안으로 들여놓는 푸른 잎은 느낌이 다르다.
그 느낌을 좀더 오랫동안 누리고 싶다.
적어도 넝쿨장미의 꽃이 질 때까지는.
12 thoughts on “창과 나뭇잎”
어제 댁 앞을 지나가다 장미가 언제쯤 피려나 하고 목을 빼서 담장 안쪽을 기웃거렸
어요. 장미다방 문 열기 목 빼고 기다리는 1人!ㅎㅎㅎ
오늘 보니 다섯 송이 정도 피었어요.
2층을 전세주고 나니 요게 아쉽네요.
베란다에서 가까이 접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아래층 장미가 피길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어요.
forest님이 테이블 내놓았으면 하던데
내일 오전쯤 일 끝나면 창고에서 꺼내야 겠어요.
저희 집앞에 피었던 판콘 백만개처럼 생긴 꽃들이 다 떨어져버렸네요.
꽃이 하도 많아서 커튼 안쳐도 밖에서 안보였는데,
바람불고, 비오고 해서 다 떨어져서
이제는 다시 커튼치고 삽니다.
어떤 꽃이었을까 마구 궁금해 지는 걸요.
저희는 나무의 잎이 나면 창을 잘 막아줘요.
초록 커튼이라고나 할까.
마루 커튼은 양보할게. 안방 커튼은 달아줘^^
ㅋㅋ 요거 효과가 있긴 있구만.
올림픽 공원 남문쪽…그니까 방이동을 바라본 울타리요.
울타리 시작부터 파크텔만 빼고 그 긴 길이 넝쿨장미로 가득했었는데,
일부러 그 꽃을 보려고 돌아서 출근하곤 했는데,
세상에 어느날 싹… 첨부터 심질 말든가, 없애질 말든가…
자연에 대한 오만, 그 재앙을 어찌 감당하려고 인간이 이리 오만한지요.
지구를 어찌 지켜야 할까요?
어딘지 짐작은 가네요.
지금쯤 조팝나무꽃이 한창일 듯 한데… 가는 김에 그곳의 장미도 만나려 했더니… 아무래도 어디가서 독수리 오형제를 찾아보던가 해야 겠어요.
한밤중 벽에 어릿거리는 나뭇가지 그림자, 창을 통한 풍경을 포기할 수 없어
커튼을 하지 않고 살아요…라고 말하는것은 게으름의 위장이고,
중국여행에서 커튼 사왔는데, 봉을 아직 못해 커튼을 달지 못하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이 집을 떠날때까지 커튼 없이 살지 싶어요.^^;;
저희 집은 그녀가 키가 닿지를 않아서 제 도움을 빌리지 않으면 커튼은 절대로 달 수가 없답니다. 마당에 나가서 보는 것과 창에 담아보는 것의 미묘한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창이 그릇이 아닌가 싶어요. 무엇이든 그릇에 담기면 느낌은 다른 것이니까 말예요.
넝쿨 장미의 연두색 잎들이 청신한 오월의 얼굴을 닮았습니다.
창문 밖, 저 멀리 보이는 초록 손길들이 푸른 오월을 노래하네요.
일하다가 거실로 나가면 창에 가득담긴 푸른 오월의 느낌이 아주 상큼합니다. 이제 점점 초록이 짙어지고 있어요. 곧 붉어지겠지만요. 꽃이 한송이 피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