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두콩꽃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5월 4일 김포의 산새마을에서

시골서 자라면 비록 농사를 짓지 않아도
우리가 먹는 것이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볼 수 있다.
때문에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할 수 있다.
감자잎이 어떤 모습이고, 꽃은 또 얼마나 선정적인지 알 수가 있다.
서울에서 살면 그런 것은 거의 알 수가 없다.
그저 땅에서 캐낸 감자알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서울서 살면 우리가 먹는 것의 시작은 거의 볼 수 없고,
그저 땅에서 거두어들인 마지막 결실만 마주하게 된다.
농촌을 찾았을 때의 소중한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매번 마지막 결실만 취했던 것들에 대해
그러한 것들이 어떻게 그 시작을 열고 있는지 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김포의 산새마을을 찾았다.
지난 해의 그 자리에서 올해도 완두콩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낯이 익어 금방 알 수 있었다.
나비처럼 날아가 버릴 듯한 꽃이다.
농촌에는 시작과 끝이 있는데
서울과 같은 도시엔 어찌보면 끝밖에 없는 듯 싶다.
결과에 치중하는 사람들의 습성이
자연의 끝만 취하는 도시의 생활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승재씨 아버님 댁의 뒤쪽 텃밭에서 완두콩의 꽃을
한참 동안 들여다 보다 왔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5월 2일 김포의 산새마을에서

4 thoughts on “완두콩꽃

  1. 예전에 쌀나무를 그린 도회지 아이와 시냇물을 검게 그린 탄광촌 아이가 뉴스에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이야 방송이나 인터넷이 있어서 그런 아이가 없겠지만 그 시절에는 두 세상이 존재했었나 봅니다. 그래도 각박하다는 생각은 요즘이 더 드는 세상입니다.

    1. 각박한 속에서도 이렇게 가끔 찾아볼 수 있는 시골이 있다는게 참 좋더라구요. 그냥 닭도 보고, 염소도 보고, 그러는 거지만 아는 사람집에서 그런 것들과 하루를 보낸다는게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 주는 거 같았습니다.

  2. 완두콩 꽃이 나비 되어 훨훨 날아가네요.
    고향을 떠나온지 오래 되어서일까요. ‘산새 마을’이 어디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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