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5월 9일 서울 대학로 뒤의 낙산에서

대학로 뒤쪽의
낙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그가 있었다.
길의 아래쪽에서 보았더니
그의 걸음은 남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길의 위쪽에서 보았더니
그의 시선은 숲을 이룬 도심의 빌딩들 속으로 향하고 있었다.
분명 그에겐 그의 길이 있었을 것이다.
그건 좌도 우도 아닌 그의 길일 것이다.
내겐 내가 서 있는 자리에 따라
그의 길이 어느 때는 좌로, 어느 때는 우로 보였다.
내가 서 있는 자리가
그의 길을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그는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나의 오랜 버릇 탓이었다.
항상 그랬었다.
내가 숨을 몰아쉬며 태양 주위를 바삐 돌면서도
태양을 앉은뱅이로 자리에 주저 앉혔던
그 뿌리 깊은 버릇 탓이었다.
내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5월 9일 서울 대학로 뒤의 낙산에서

8 thoughts on “좌우

    1. 조게 가장 인기예요.
      사실 크기는 아주 작은데 무지 크게 보이죠?
      밤에 가도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밤엔 찍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낮처럼 많이 찍을 수야 없겠지만요.
      서울에서 사진찍으면서 예술적 느낌을 받아보긴 이번 동네가 처음이예요.
      그냥 눈앞에서 사진을 찍어도 사람들도 가만히 있고…
      하도 사진찍으러 많이 오니까 적응을 했는지…

  1. 스릴을 즐기시는 분이네요.
    용기없는 저는 돈을 줘도 못하겠습니다.
    정면에서 찍은 사진도 올려 주세요.ㅋ
    어떤 표정인지 궁금합니다.

    1. 아주 어려운 것을 주문하시는 군요.
      조 앞은 가파른 옹벽의 아래쪽 허공이옵니다.
      사실은 아랫 동네로 간 뒤에 그 밑까지 가려고 했는데 거기 황소만한 개가 있어서 올라가다 줄행랑을 놓고 내려왔습니다…ㅋㅋ
      이 날 찍은 낙산의 동네 사진이 있는데 정말 예술적인 동네더군요. 그 낡은 동네가 어떻게 그렇게 예술적인지 놀라웠습니다. 사진 정리되면 구경시켜 드릴께요.

    1. 홋, 걱정하지 마세요.
      줄타고 한강도 건너는 세상인데… 이 중년의 신사분 균형의 달인이시랍니다. 몇년째 저렇게 균형잡고 계십니다.

  2. 그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요.
    중절모에 007가방을 들고서 하늘을 향해 한 발을 높이 쳐든 저 사나이의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1. 사진찍는 사람들이 한번씩 찾는 아주 유명한 사람인데 저는 좀 늦게 만났어요. 이 날도 이 분 뒤에 카메라가 서너 대가 있어서 순서를 기다려야 했어요. 낙산이 사진찍기에는 참 좋은 장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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