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서로서로의 덩굴식물이지.
우린 나는 너를, 너는 나를 휘감고 올라가
하늘을 보곤 하지.
하지만 우리의 걸음은
항상 나의 키높이, 너의 키높이에서 잘리고 말지.
우리는 언제나 잘린 우리의 걸음이 아쉽지.
그러다 슬그머니 우리는 그 아쉬움을
나의 키높이, 너의 키높이 대한 아쉬움으로 바꾸어 놓고 말지.
우린 우리의 키높이에 그렇게 질기게 엮여 있지.
우리는 그렇게 얽혀
서로의 키높이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덩굴 식물이지.
그러면서도 항상 너의 키높이, 나의 키높이가 아쉬운 덩굴식물이지.
우린 그렇게 제 키를 스스로 키우지 못하는 슬픈 덩굴식물이지.
4 thoughts on “덩굴식물”
구속이나 복종으로 보이지 않는 건 무엇 때문이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딱 제 높이만큼만 키우는 것이 우리처럼 욕심으로 가득차 보이지는 않습니다.
엇, 다들 발벗고 나서시는 군요.
덩굴식물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시려구.
항상 인생이 밝지만은 않아서… 제 마음의 어둠이 비쳤나 봅니다.
덩굴식물아, 미안.
가늘고 긴 덩굴의 허리가 참으로 가벼워보이네요.
엉켜 있지만 서로를 조이지 않는 가벼운 엉김, 덩굴 식물만의 여유가 아닐까…
마음이 무거워 덩굴식물에 슬픔을 얹어놓았는데
사과나무님이 그 무게 덜어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