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과 비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5월 15일 통방산 정곡사에서

나뭇잎이 완연히 푸르다.
숲에 초록이 그득하다.

그녀가 옷을 입는다.
이 옷 저 옷, 갈아 입어 본다.
그 중 하나를 정한다.
마음에 드나 보다.
그녀가 오늘은 그 옷으로 그득해진다.

숲에 비가 내린다.
숲이 빗소리로 그득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사랑해하고.
그 속삭임으로 그녀가 그득해진다.

6 thoughts on “초록과 비

  1. 오년쯤 혹은 육년쯤… 시간이 그닥 중요하단 생각이 들진 않지만,
    마음 내려놓아지는, 내려 놓은 마음조차 내가 만든 것이었다는 걸 덩달아 알게하는
    저곳의 풍경을 처음 맞닥뜨린 사람의 시선이 궁금했더랬습니다.
    비가 오네요. 문 열어놓고 처마 끝 낙수물 바라보며 액자에 담긴 그림같은
    단풍나무랑 살구나무랑 바라보고 있으면,
    생각조차 사라지는데 무슨 규정지을 이름이 있겠어요.
    망명당까지 굳이 오르지 않아도,,, 그저 망명이지요.
    천만년전 저곳에 살았다가 어제 다시 만난것은 아닐른지요.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1. 눈에 띄는 풍경들이 여러 개 있었어요.
      창, 장독대, 내 앞을 가로질러간 뱀 두 마리, 일주암.
      오늘 간송미술관 전시회에 다녀왔는데 그 일주암은
      오늘 본 겸재 정선의 그림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어요.
      저도 인연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아, 그리고 미모가 상당하시더군요.

    2. 흠… 상당한 미모라, 이 사실같은 거짓말, 혹은 거짓말 같은 사실 보고 헷갈릴 분들 많으시겠어요. 왜곡된 진실도 어느새 진실 혹은 진리가 되는 하수상한 세월이니, 팩트_사실만을 말씀하셔야지요.^^

  2. 숲이 빗소리로 그득하게 느껴집니다.
    초록과 빗소리, 사랑해, 라는 속삭임으로 하루가 그득해집니다.

    1. 숲속 한가운데라 바람이 없으면 소리도 남김없이 지워지는 곳이었어요. 시인 조용미의 표현이 생각나는 곳이었죠. 적막이 이곳의 주인이라는… 그런데 오후 들어 빗발이 뿌리기 시작하더니 빗소리가 가득차더군요. 적막이 잠시 자리를 비켜 숲속 가득 빗소리가 자리하도록 해주었어요. 우리들도 사랑해라고 속삭이면 그 속삭임으로 우리들이 서로 가득차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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