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5월 7일 우리 집 마당에서

5월초에 드디어 넝쿨장미에
꽃이 한송이 피었다.
그 한송이의 장미는 놀랍다.
초록 잎 사이의 한송이가
넝쿨장미를 그득채운다.
5월 중순을 넘기자
넝쿨장미는 정말 장미로 가득찼다.
말 그대로 넝쿨장미가 장미로 가득하다.
그러고 보면 장미는 신비롭다.
한송이로도 가득차고,
가득찬 송이로도 가득찬다.
장미는 이미 한송이를 피웠을 때,
그 한송이로 넝쿨을 가득채우는 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넝쿨장미가 장미로 가득찰 때쯤
종종 한송이의 그 충만함을 잊는다.
그때쯤 우리는 우리의 그 망각을
무수한 장미 송이로 채워가기 시작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종종 그렇게 한송이의 충만함을 잊는다.
올해도 마당의 넝쿨장미에 무수한 장미가 피었다.
한송이의 충만함을 잊은 망각의 빈틈을
무수한 장미가 메워주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한송이일 때 충만하던 넝쿨장미가
가득찼는데도 사이사이로 비어보였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5월 18일 우리 집 마당에서

6 thoughts on “장미

  1. 스위스에 가니, 정말 경치와 공기는 좋더라구요.
    가서 집사람과 처형과 싸우고 오긴 했지만…

    근데, 아쉬움이 남는건 그 좋은 경치를 카메라에 있는
    그대로 담아내지 못한게 아쉽네요. 저도 동원님처럼 사진의 경지에 오르면 좋겠다란 생각을 많이하고 왔네요.

    1. 몽블랑의 눈을 다 녹이고 오신 건 아니구요.

      사진을 잘 찍는다는 얘기는 겸연쩍어요. 막힌 글의 길을 사진으로 열려고 사진을 찍는 입장이다 보니…

  2. 히야. 저토록 아름다운 장미를 혼자만 (아니 둘이만, 아니 셋이군요) 보고 즐기는 것은
    죄악인데요. 장미향 맡으면서 이름도 예쁜 이가체프 한잔 내려 마시면 딱이겠네요.

    1. 벌들도 함께 즐기고 있어요.
      사람맞는다고 의자내놓으라고 해서 의자하고 탁자는 마당에 내놓았는데 그녀가 영 사람들 부를 생각을 안하네요.
      화양리 어린이대공원의 장미 정원으로라도 초대해 드릴까요.

  3. 꽃이 피는 나무도 여러가지가 있다고 하데요.
    잎이 나기 전에 꽃을 피우는 것도 있고
    꽃을 먼저 피우고 잎이 나기도 하고
    꽃이 계속 핀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번에 걸쳐 꽃을 피우기도 하고요.
    제각각이지만 한 번 피우기가 어렵지 훅하고 번지는 건 금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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