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은 창을 벽에 걸어두었다.
홑겹의 창호지로 몸을 얇게 가린 창이었다.
아마도 처음엔 문이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그곳의 창은
문이었을 때는 꼿꼿이 몸을 세우고
몸을 여닫아
사람들을 맞거나 보냈을 것이나
자리를 벽으로 옮겨 창이 되면서
몸을 가로로 눕혔다.
그 때문인지 어찌보면
한손으로 턱을 괸채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휴식을 청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나기도 했다.
대개 우리들이 만나는 보통의 창들은
벽에 마련한 네모난 틀 속으로 들어가 박혀있으며,
창도 문이어서 열거나 닫으면서 안과 밖의 경계를 나눈다.
창이나 문 모두 원래는 드나들기 위해서 만든 것이나
바깥과 안의 경계가 된 뒤로 바짝 그 경계의 날을 세우면
그때부터는 스스로를 안으로 단단히 걸어잠근다.
그 집은 벽에 창을 내지 않고,
창을 가져다 벽에 걸어놓았다.
창을 벽에 걸어놓자
바깥과 안의 날선 경계가 느슨해졌다.
경계가 느슨해진 그 집의 창이 계속 눈길을 끌어
창밖을 어슬렁거리며 창을 힐끗거렸다.
낮엔 안의 사람들 소리가
창에 어른거리며 담기곤 하더니
저녁이 가까워오자
그 창에 안의 불빛이 투명하게 서렸다.
경계가 느슨해진 그 집의 창은 창을 버리고
안을 담아낸 화폭처럼 걸려 있었다.
4 thoughts on “창을 벽에 걸어 놓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 옛날 창이 참 운치가 있었습니다.
창호지를 발라 놓은 것이 안과 밖을 경계지은 듯하면서도
슬쩍 비치는 그림자를 보면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옛날 할머니가 창호지를 붙이며 꼭 꽃 한송이를 넣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마지막에 물을 푸 뿜던 것이 가장 재미나서
그걸 꼭 독차지하려고 했었죠.
간만에 숲에 갔다가 창호지문을 보았습니다.
스크롤바를 내리면서 벽에 걸린 창문이 보이면
닫혔던 창문이 조금씩 열리는것 같아요.
사진… 모두들 감탄하며 보고 있답니다. 캄사~~~
저도 꽃이름이랑 바위 이름이랑 먼저 챙겨주신 것에 감사.
걸어다니는 식물도감 수준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