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친정에 갔다.
오래 간만에 혼자 자게 되었다.
침대를 독차지하고.
하지만 침대를 독차지했는데도
침대는 채워지질 않는다.
침대는 딸아이가 쓰던 것이어서
혼자 눕기에도 작은 침대지만
이상하게 혼자 누웠더니
혼자로는 채워지질 않는다.
누워있는 옆자리에서
무엇인가 뒤척인다.
고개를 돌려본다.
옆에서 뒤척이는 것은 그녀 생각이다.
나는 가만히 누워있는데
그녀 생각이 옆에서 뒤척인다.
사람은 존재로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종종 빈자리로 자신을 증명한다.
빈자리를 채우려고 시집을 펼쳐들었다.
한참 뒤에야 시집을 방바닥에 내려놓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시집이 방바닥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시집도 많이 뒤척인 듯 싶었다.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자리가 비면 그 생각으로 뒤척이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13 thoughts on “혼자 자다”
그래서 익숙함이 우리의 동지이자 적입니다.
같이 있을 때는 적이고,
없으면 동지로 돌변하죠. ㅋㅋ
하룻밤 혼자 잤다고 엄청 더듬더만…ㅋㅋㅋ
하루가 아니었는데… 천년같은 하루라. ㅋㅋ
아유~이 싸람드리 또 시작이염
죄송합니다.
가끔 물의를 일으키는게 제 취미라.. ㅋㅋ
몇번 티격태격 싸웠으니 원상회복하려면 요 정도로 나가 줘야 해요.
짚풀님, 한번 해봐요. 아쭈~ 재미나요~ㅋㅋㅋ
그런데 딸의 침대에서 주무시니 더욱 외로움이 사무쳐 보이네요. ㅎㅎ
바닥에 떨어져 있는 시집 한 권이 더욱 쓸쓸함을 부추긴다고 할까요…
아침에 보니 그 시집이 엎어져 있어서
더더욱 외로운 느낌을 불러왔던 거 같어요.
시집은 좋았는데…
나는 전생에 음악이었다는 구절이 있었는데 느낌 아주 좋더라구요.
아..저도 이제 약 10일뒤면 계속 혼자자야되는데…
동병상련..
그게 일하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자려고 누웠더니 그렇더구만요.
딸아이 때도 한동안 그렇더니만…
빈자리로 존재를 증명하는 거…
요즘같이 절실한 적이 있나 싶어요.
forest님 혼자 보내지 마시고 자주 같이 가셨음 좋겠어요.
거의 항상 붙어 살아서 그런지 더 그런 측면도 있는 듯하고…
사람이란게 같이 살면서 머리 속에도 둥지를 트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