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한 논을 지나며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5월 23일 김포 고양2리 산새마을에서

논에 모가 심어져 있습니다.
아마도 모내기의 때인가 봅니다.
듬성듬성 사이를 두고 있지만
점점 키와 몸집을 키워 논을 가득 메우겠지요.
올해도 예외없이 가을쯤엔
황금빛 벼를 구경할 수 있을 겁니다.
생각해보니
매년 여름과 가을의 두 계절을 거치면서 생을 마감하지만
아무도 벼를 거둘 때 벼가 죽었다고 하는 사람은 없는 듯 합니다.
그러고보면 사람들은 말은 안해도 잘 알고 있습니다.
벼가 벼이기도 하지만
씨앗이기도 하다는 것을.
씨앗은 결코 죽는 법이 없습니다.

그가 죽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죽었다는 생각을 지우기로 했습니다.
그는 죽지 않았습니다.
그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씨앗이 된 그를 가져간 듯 보입니다.
다들 그를 가져가는 자리에서
씨앗이 너무 마르지 않게
약간 눈물로 적셔두는 듯 보입니다.
나도 하나 받아 가슴에 심어 두었습니다.
때되면 싹을 틔울 것입니다.

6 thoughts on “모내기한 논을 지나며

  1. 농부의 맘 한톨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부쩍 그리워집니다.
    쌀나무를 그렸다는 옛날 서울 애들이야 요즘 없겠지만
    쌀나무를 그리라는 서울사는 놈상들은 아직도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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