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모가 심어져 있습니다.
아마도 모내기의 때인가 봅니다.
듬성듬성 사이를 두고 있지만
점점 키와 몸집을 키워 논을 가득 메우겠지요.
올해도 예외없이 가을쯤엔
황금빛 벼를 구경할 수 있을 겁니다.
생각해보니
매년 여름과 가을의 두 계절을 거치면서 생을 마감하지만
아무도 벼를 거둘 때 벼가 죽었다고 하는 사람은 없는 듯 합니다.
그러고보면 사람들은 말은 안해도 잘 알고 있습니다.
벼가 벼이기도 하지만
씨앗이기도 하다는 것을.
씨앗은 결코 죽는 법이 없습니다.
그가 죽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죽었다는 생각을 지우기로 했습니다.
그는 죽지 않았습니다.
그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씨앗이 된 그를 가져간 듯 보입니다.
다들 그를 가져가는 자리에서
씨앗이 너무 마르지 않게
약간 눈물로 적셔두는 듯 보입니다.
나도 하나 받아 가슴에 심어 두었습니다.
때되면 싹을 틔울 것입니다.
6 thoughts on “모내기한 논을 지나며”
농부의 맘 한톨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부쩍 그리워집니다.
쌀나무를 그렸다는 옛날 서울 애들이야 요즘 없겠지만
쌀나무를 그리라는 서울사는 놈상들은 아직도 있더군요.
어느 날은 저 논에서 하얀 두루미인가도 봤어요. 벼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새도 키우더군요.
사람 사람 마음에 작은 촛불로 자라나 저 어둠 근원을 몰아내는 커다란 빛이 되기를….
마음을 함께 모아 그리 되기를…
저도 하나 받아 가슴에 심어 두겠습니다.
아마도 곧 촛불로 자라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