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Photo by Kim Dong Won
2004년 3월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있었던
노무현 탄핵 반대 시위에서

그 사람…

한때 나의 희망이었던 사람.

그러다 나의 실망이 되버린 사람.

2009년 5월 어느 날,

나의 실망을 죽음으로 슥 지워버리고 가버린 사람.

오늘 그가 떠납니다.

잘가라, 나의 희망.

또 잘가라, 나의 실망.

나는 악착같이 살아남아

가끔 촛불을 들고 거리에 서면서 끝까지 살아갈테다.

떠나는 그의 앞에 슬픔을 표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주단처럼 밟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Photo by Kim Dong Won
2004년 3월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있었던
노무현 탄핵 반대 촛불 집회에서

6 thoughts on “그 사람…

  1. 국민장 보도를 받아서보려고했더니 몇 기가나 되더군요.
    하아… 느려터진 인터넷, 나중에 꼭 받아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그렇게 욕하던 국민들 다 어디가셨나 싶군요.
    죽고나서야 이렇게 슬퍼하실 분들이…

    참 가슴아픕니다.
    포털사이트 기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얼굴을 보니
    더 가슴이 아프더군요…

    1. 휠체어에서 일어서서 헌화하시더군요.

      보도는 안보는게 좋을 수도 있어요.
      잠깐이지만 명바구가 나오거든요.
      짧은 시간이지만 참기 힘들더이다.

  2. 떠난 뒤 빈자리가 이렇게 크게 느껴지는 삶을 본받아야겠다 다짐해봅니다.
    이익보다 옳은 길을 꼿꼿이 갈 수 있는 소신을 본받아야겠다 다짐해봅니다.
    부디 고이 영면하시길 바라며 삼가고인의 명복을 다시한번 빌어봅니다.

  3. 마지막 5월의 하늘이 잔뜩 흐려 있습니다.
    마음은 진눈개비 휘날리는 겨울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한 사람을 기리는 만장의 펄럭임들이 한겨울 눈발처럼 휘날립니다.
    보통 사람이기를 끝까지 고집했던 한 사람이 눈물의 작은 새 되어 날아갑니다.
    뻔뻔스러운 세상에 마지막 눈물젖은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떠나갑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그대의 모습은 어린아이의 때묻지 않은 순수였습니다.
    그대를 향한 온갖 조롱과 멸시, 비난, 비아냥, 시기, 질투, 수군거림의 세상에서
    뒤돌아 보지 말고 강물처럼 흘러가십시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그대의 마지막 음성 귓가에 쟁쟁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부치치 못하는 편지를 그대에게 보냅니다.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정호승, <부치지 않은 편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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