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났습니다.
그는 떠나고 우리는 남았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남아 그를 보냈습니다.
그가 마지막 가는 길에 나가 서 있다가 왔습니다.
그를 보내고 왔습니다.
우리는 그를 보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으로 그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그를 보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노랗게 칠하고
그 노란 마음에 우리의 사랑을 담아
그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그를 보냈습니다.
“내 마음 속 대통령 노무현”으로 그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그를 보냈습니다.
“사랑해요 노무현”이라고 함께 외치며
그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그를 보냈습니다.
온통 그를 머리에 노랗게 뒤집어 쓰고 그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그를 보냈습니다.
전광판에 그의 모습이 나올 때마다
우리의 시선을 온통 그에게 빼앗기며
그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그를 보냈습니다.
노란 풍선을 하늘로 날리며
풍선에 우리의 마음을 담아
마치 그를 따라 하늘나라로 가기라도 할 것처럼
그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그를 보냈습니다.
가끔 풍선을 빵빵 터뜨리며 그를 보냈습니다.
그를 죽음으로 내몬
이명박 살인 정권에 대한 분노를 빵빵 터뜨리며
그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그를 보냈습니다.
환하게 웃는 그를 그와 장난치듯
하늘로 날려보내며 그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그를 보냈습니다.
그를 두고두고 기억하겠다고 다짐하며 그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그를 보냈습니다.
그에 대한 미안함으로 그를 보내고,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으로 그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그를 보냈습니다.
노란 풍선을 후불어
우리의 숨으로 그의 미소를 부풀리고
부풀린 그의 미소를 거리에 내걸고
그리고 그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그를 보냈습니다.
오후의 햇살이 풍선에 따갑게 내리쬐는
5월의 어느 날 그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그를 보냈습니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그렇게 노래 부르며 그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그를 보냈습니다.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니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우리는 “아침이슬”을 부르며 그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그를 보냈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그랬습니다.
우리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그를 보냈습니다.
그런 것입니까.
우리가 그를 보낸 것입니까.
그를 보냈는가 했는데
돌아보니 그가 수많은 사람들의 님으로 남았습니다.
그가 남았습니다.
우리에게 남았습니다.
우리의 님으로 남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그 님과 함께 집으로 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보냈는가 했는데
그가 우리에게 님으로 남았습니다.
16 thoughts on “그가 떠났습니다”
죽은 자 가운데 다시 살아나는 자.
그가 먼 곳에만, 성경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벼랑에서 몸을 던져 우리의 가슴속에 되살아난 노무현
그가 무엇을 꿈꾸었나 되새겨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젊은 목회자가 어제 설교에서 믿는 자들보다 오히려 노무현의 길에서 예수를 보게 된다고 고백하더군요. 물론 자신은 노무현의 제자가 아니라 예수의 제자라는 말을 덧붙여 오해를 피했지만요. 거꾸로 가던 세상, 다시 앞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저는 눈물이 나질 않았습니다. 사랑은커녕 안주감으로 씹어댔었습니다. 질겅거렸지만 짜장면과 짬뽕의 차이였지 단무지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적어도 중국집 야끼만두를 동경하던 추억 하나는 가지고 있는 것으로 느꼈습니다.
가카(閣下)를 가카(脚下) 만든 사람이기에 더 눈물이 나질 않았습니다.
노무현은 저에게도 애증의 대상이었죠. 그가 죽음으로 실망을 지우고 갔다고나 할까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 누가 그러더군요. 살인마도 살아있는데… 라고.
참고 참지만 복받치는 설움을 어찌 할 수가 없네요.
1주일 내내 아무것도 못하다가 무엇에 끌리듯 며칠 연이어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차벽으로 둘러쌓인 광장을 보며 민주주의가 질식당함을 느꼈습니다.
다시금 독재타도를 외쳐야 하는 시대.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봅니다.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했습니다.
주변의 아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많이 있었더군요.
마음을 모아 살인 정권을 몰아내야 겠지요.
기회가 될 때마다 작은 힘 하나 보태려구요.
전광판에 비친 지금 우리 대통령의 눈 빛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오늘의 상황을 보면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니
몸 어딘가가 서늘해옴을 느꼈습니다.
더 나빠질가봐~
더 나쁜일들이 생기게 될까봐~
그것도, 자기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면서,
‘좋게 해주려는데 왜들 난리야~’ 이러면서,
어렵게 만들어온 약하디 약한 우리의 현재를…
한 방에 갈아 엎을까봐….
그런대도 우리 대부분은 ‘그렇지 뭐~’하는 패배주의 속에 넋두리를 하게 될까봐…
정말로 090529가, 미래에 우리가 가질수 있었던 좋은 시간의 시작이 되기를 빌어봅니다.
다시 또 독재타도를 외쳐야 하는 시대라는 것이 믿기질 않습니다. 주먹을 불끈쥐고 모여서 2MB 정권을 쫓아내야 겠지요. 시위도 마음대로 못하는 세상이 다시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못했습니다.
이 곳에 오면 함께 슬퍼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 때문에 위로가 됩니다.
봉하마을에 나타났다는 하얀 비둘기처럼 우리 가슴에 평화, 자유, 민주의 불씨로 오래도록 남으시길 기도드려 봅니다.
마음을 같이 나누는 이들은 저에게도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요. 다들 고맙습니다.
지난 일주일동안 가슴이 아프고 슬펐읍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이렇게 떠나보내는 아픔은
제 아버지를 잃었을때보다도 더 함을 느꼈읍니다.
실망도 많았고, 한숨도 많았읍니다만,
역시 노무현 댜통령의 순수한 성품이
저를 사로잡고 아프게 만드는군요
이게 바로 진리가 아니겠읍니까?
고인이 되신 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읍니다.
감사합니다, 동원님
올려주신 글과 사진들
고맙습니다.
미국의 수도에서
노무현과 정반대되는 넘을 대통령으로 뽑아놓고서야 드디어 그의 가치를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벌써 서울광장은 다시 폐쇄되었다는 군요.
아침부터 마지막 가시는 길을 인터넷으로 쭈욱 지켜 봤습니다.
먹먹한 가슴으로…
앞으로 들이닥칠 현실이 다시 눈앞을 캄캄하게 하지만,
희망을 보고 싶습니다.
피를 갈아 넣어도 한국인이기에.. 사랑하는 조국이기에..
그건 그렇고, 저 시청 건물은 언제부터 저렇게 삼류 디자인으로 바꼈대요?
저거 회색 붕대 감아 놓은거 같은거 시청건물 맞죠?
더 공부 열심히 하셔서 함께 사는 조국에 좋은 노래 하나 보태주세요.
시청 건물은 새로 짓고 있어서 가려놓은 거예요.
아침이슬을 부르며 보내는 대통령이 우리 역사에 또 있을까 싶어요.
안도현 시인의 목소리가 허공에서 오래오래 남겨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목터져 부르는 절규도 들었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주류’는 다 빠지고 ‘비주류’의 사람들이 모여 그를 진심으로 추모하는 물결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저 많은 사람들이 살아 있을 때에 좀더 따뜻하게 그분 편에 서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노제도 다 중계를 했는가 보네요.
노제가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다들 많이 울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