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장미가
무지개 가운데서
초록색 하나를 뽑았다.
그 초록으로 가지를 삼아 둥글게 휘더니
허공에 걸어 놓았다.
가지는 가느다란 길이 되었다.
장미 새순이 나란히 그 길을 걸어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어디로 가니, 내가 물었으나
그저 지나가던 바람과 손잡고
가볍게 몸을 흔들 뿐
아무 대답이 없었다.
말없이 길을 걷던 그 새순들,
어느 날 보니
지나간 봄의 어느 날
내가 던졌던 물음에
이제사 붉게 답하며
유월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누군가 내게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하고 물었을 때,
아무 말없던 그 자리의 내가
어느 날 붉게 답하며 유월의 함성 속으로 걸어갈 수 있을까.
먹고 살기 힘든 세월 속에서 시간의 한쪽을 떼어내
장미처럼 붉게 일어나 붉게 걷고 붉게 질 수 있을까.
올해 유난히 장미가 붉은 느낌이다.
2 thoughts on “장미 5”
정말 생색내지 않고 유월로 가는 이들이 진정 장미 같은 이들이겠죠.
요즘은 사이비 장미들이 너무 많습니다.
장미는 한철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데
사이비 장미들은 내년에 필 걱정을 먼저 하네요.
아마도 자유의 꿈이 그래도 이만큼 살아서
말없이 유월로 가고 있는 것도
평범한 사람들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