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눈, 눈 속의 그녀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4월 29일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두물머리에 가면
느티나무가 한 그루가 있다.
그 나무는 커다란 눈을 가졌다.
눈꼬리가 치켜올라가다 못해
거의 수직으로 선 커다란 눈이다.
그 눈을 들여다보면 눈 속에 팔당의 물결이 차 있다.
그 눈은 저녁 무렵엔 일몰의 빛깔로 푸르스름해지곤 할 것이다.
비 내리는 날은 온통 촉촉이 젖어있을 것이다.

그 커다란 눈 속으로 그녀가 뛰어들었다.

야, 왜 나무의 눈 속에 들어갔어.
눈알 아프다, 빨리 나와.

나무의 눈 속에 들어간 그녀,
나올 생각은 않고
열심히 눈안에서
나무의 눈밖에 난
나를 내다보고 있었다.

2 thoughts on “나무의 눈, 눈 속의 그녀

  1. 나무의 눈에는 커다란 호수도 담고 있네요.
    그런 눈이라면 혹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여 노저어 가시지 그러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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