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의 아침은 어떻게 오는가.
시간이 되면 아침은
세상을 밝혀 길을 열고
풀잎이 있는 이 도시로 달려온다.
그러나 세상을 밝혔다고
풀과 손잡고 포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온갖 건물과 집들이 들쑥날쑥 발을 거는 도시에선
세상을 밝혀놓고도
손 한번 못잡고 풀잎을 지나치기 일쑤이다.
그저 그림자를 지면으로 깔아
곁을 지나고 있다는 느낌만
슬쩍 전하고 가야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은 집들과 어지러운 골목을 헤치고
용케도 풀잎이 손을 내민 담벼락까지, 드디어, 왔다.
아침은 발돋움을 하고
담벼락 너머로 팔을 뻗친다.
그리고 마침내 둘이 손을 맞잡는다.
바로 그 순간 풀잎의 손끝에 아침이 온다.
손을 맞잡았을 때
비로소 환하게 켜지는 아침으로
그렇게 풀잎의 아침이 온다.
4 thoughts on “풀잎과 아침”
저 풀잎 하나를 세종로 1번지에 놓고 싶습니다. 어여 아침이 오라고…
생각해보니 그곳의 어둠이 온나라의 아침을 앗아가 버렸군요.
칼삼아 뽑아들고 어둠의 싹을 자르고 싶기도 하네요.
풀잎의 아침이 왠지 예리한 칼날 같아 보이네요.^^
예전에 청계천에서 분수를 찍었을 때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은 있어요. 야간에 찍었더니 칼의 느낌이 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