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모임의 번개 공지가 떠서
오래 간만에 사람들 만나 술마셨다.
시작은 종로5가에서 했는데
마지막 자리가 펼쳐진 곳은 강남의 압구정이었다.
이상한 것은 종로나 홍대입구에서 술을 마실 때는
우리 동네에서 술을 마시는 느낌인데
압구정에서 술을 마시면
남의 동네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느낌이 난다.
사람들에 따라선 그 느낌이 반대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내가 우리라는 말 속에 묶어 친숙함을 표한 홍대입구나 종로가
어떤 사람에겐 남의 동네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그냥 술을 먹는 자리인데도
그렇게 동네의 느낌이 우리와 남으로 갈라지곤 한다.
그렇지만 함께 둘러앉은 친숙한 얼굴들이 그 느낌을 무마시켜 준다.
말하자면 내가 우리와 남으로 갈라놓은 동네의 느낌을
함께 앉은 사람들이 지워주는 셈이다.
사람이 우리와 남의 낯선 경계를 지울 수 있다.
사람이 좋은 이유이고,
자리가 마련되면 함께 어울리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사람들과 어울려 밤 1시가 넘게 술을 마셨다.
내가 압구정을 마지막으로 자리를 뜰 때
몇몇은 다시 다음 술자리로 걸음을 옮겨놓고 있었다.
한 사람 빼고는 모두 미혼이었다.
아마 나도 그녀와 함께가 아니었다면
그 자리로 걸음했을 것이다.
술을 마시고 대리 운전을 불러놓은 상태라
나와 그녀의 술자리는 그곳까지가 끝이었다.
아마도 그 다음의 술자리는
미혼과 기혼의 경계가 지워지는 자리가 되었을 것이다.
가끔 술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
경계를 지우며 산다.
나의 큰 즐거움이다.
11 thoughts on “우리 동네와 남의 동네”
부지런하시기도 하지…기분 좋은 만남을 기록으로 남기셨네요 ^^
정말 오래간만에 본 거 같아요.
처음봐도 어떻게 그렇게 오래 만난 사이 같은 건지…
압구정엔 젊은 사람도 많고, 저도 같은 부류긴 하지만,
유학생들이 참 많죠. 근데, 전 고등학교때부터 같은 유학생이지만
유학생들이 참 싫었었네요. 너무 ‘돈지랄’하는 것 같아서.
덕분에 제 집사람도 저랑 있을때는 압구정이나 청담동은 근처에도 못가고…
저도 ‘우리 동네’가 좋아요. 집사람은 깔끔하고 분위기 있는 곳을 좋아하지만,
저는 ‘편한’ 곳이 좋아요. 동네 닭집 같은…
아.. 한국가서 술 한잔 하고 싶은 주말인데..
캐나다의 최대 단점은 술이 너무 비싸다는…
종로는 좀 오래되서 그런지 고전적인 맛이 있는 듯하고, 홍대입구는 그곳의 자유가 좋고… 압구정은 너무 세련되서 그게 남의 동네 느낌이 나는 듯 싶어요.
유학하고 돌아온 젊은 친구가 압구정에서 시간보내다가 미국의 헐리웃에서도 하루에 한대 정도 볼까한 차를 한 시간에 네 대를 봤대요. 그때 엄청 놀랐다고 하더군요.
압구정은 젊은 친구들 모일 때나 가끔 가곤 하죠. 다른 곳은 혼자서도 카메라들고 가곤 하는데 압구정은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같아요.
미국은 맥주값 무지 싸다고 하던데… 캐나다는 또 비싼가요? 술값이 비싸면 캐나다에선 더더욱 사랑에 취하시는 거예요.
담엔 남의 동네로도 술마시러 갑시다.
TnT 모임의 최연소 그룹에 속하면서도 제일먼저 자리를 뜬 저는.. 할말이 없네요. ^^
거주지가 근처였던터에, 간혹 떠올렸던 이스트맨님이라, 뵙고 싶었고, 그랬던 만큼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죄송했구요)
흐흐, 우리는 윈저 17으로 갔다우.
아무리 그래도 마나님과 아이가 부르면 언제든 자리를 뜬다는 것이 우리 모임의 철칙이죠. 그나저나 애아버지가 최연소가 되다니… 언제 올팍에서 아이 손잡고들 모입시다.
분위기 좋은데요.
선선한 여름밤 테라스에서 나누는 담소와 한잔.
땡깁니다.^^
처음엔 술의 표준, 쐬주로 시작을 했는데
두번째 자리는 생맥주로 주종을 바꿨죠.
여긴 세번째 자리인데 작고 강한 것으로 승부를 보았답니다.
역시 목구멍을 훑고 내려가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젊긴 젊더군요.
여전히 밤새면서 술마시니 말예요.
정말 오래간만에 모인 자리였어요.
고건 바람이 불지 않아서입니다.
바람 부는 날에만 압구정에 가야 한답니다.
다시 바람이 부는 날이 있겠죠 뭐.
종로5가는 바람이 없었는데
정작 압구정은 바람이 많더군요.
언젠가는 압구정에서 술마시고
그녀에게 한강으로 나오라고 전화한 적이 있었죠.
바람부는 날은 압구정에서 술마시고
밤늦은 한강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면 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