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 한마리, 사냥 중이다.
자, 준비하시고…
…쏘세요!
피융, 첨벙.
아씨, 허탕이다.
옛날에 보니 주택복권인가 뭔가는
꼭 준비하고 쏘기만 하면
번호 하나는 꼬박꼬박 맞더구만
난 왜 이렇게 자주 허탕을 치는 거야.
왜가리야, 왜가리야.
그게 쏘는 사람은 항상 번호를 맞추는데
그 사람이 쏜 번호, 우리가 맞추는 건 무지 어렵단다.
우리도 매번 복권을 준비해놓고
그 번호 맞추고 싶어하지만
사실은 번번히 허탕이란다.
우리나 너나 허탕인 건 똑같단다.
너도 가끔 고기 한마리 건지듯이
우리도 가끔 번호 하나 건진단다.
네가 건진 고기 한마리는 배라도 채워주지만
우리가 건진 번호 하나는 아무 짝에도 쓸데가 없단다.
그래도 가끔 고기 하나 건져올리며 사는 네가
번호를 노리다 헛물켜는 우리보다는 낫단다.
하지만 네가 허탕에도 불구하고
계속 준비하고 쏘면서 살듯이
우리도 계속 준비하고 쏘면서 산단다.
2 thoughts on “허탕”
학의천 물이 많이 좋아졌나 보네요.
자고로 물이 좋아야 뭔가 자꾸 꼬인다니까요.
그러다 헛물만 켜지만서도요.
왜가리도 보이고, 커다란 잉어도 보았습니다.
천을 따라 걸을만한 곳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사진 찍는데 여념이 없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