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톱니 날카롭게 세운 나뭇잎들,
바람이 불자 그 힘을 등에 업고
허공을 대중없이 마구 썰어댔다.
난 허공이 산산조각나 날려가지 않을까
아연 긴장했으나
아무리 썰어도 허공엔
상처하나 나지 않았다.
속을 비운 텅빈 허공은
아무리 날카롭게 톱니를 세워도
상처하나 낼 수 없었다.
손을 뻗어 손등을
나뭇잎으로 가져간다.
나뭇잎의 푸른 톱니가 손등을 스친다.
하지만 상처하나 나지 않았다.
비명을 입에 물려 긴장했는데
나뭇잎의 푸른 촉감이 손등을 타고
내게로 건너왔다.
나뭇잎의 푸른 톱니 앞에선
나도 텅빈 허공이었다.
산에 가면 나를 비우게 되고
곪던 상처의 자리마저 비워지는 것은
아무래도 나뭇잎의 덕택인 듯했다.
2 thoughts on “푸른 톱니”
그래서 만만이 보다가 가끔 쐐기에 제대로 당한 기억이 납니다.
아직 덜 비운 탓입니다.
어렸을 적 기억에 의하면
쐐기는 손바닥은 절대로 쏘지를 못했습니다.
쐐기가 있었다면 손등이 아니라 손바닥을 가져다 대셔야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