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소

Photo by Kim Dong Won
2005년 5월 13일 서울 인사동에서

대나무 속엔 음악이 있다.
아무 것도 덧댈 필요가 없다.
그냥 대나무를 뚝 잘라내고
구멍을 몇개 내기만 하면 된다.
대신 대나무 속의 음악을 꺼내려면
당신의 부드러운 손길과
당신의 감미로운 숨결이 필요하다.
당신의 손길 끝이 섬세하게 짚어주면
대나무는 그 손끝에서
당신이 원하는 음을 골라내며
당신의 숨결이 몸속으로 스며들면
그 숨결에 녹아난 당신의 체취에 몸을 떨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대나무 속에 음악이 있고,
그것을 꺼내는 것은 순전히 당신의 몫이다.

4 thoughts on “퉁소

  1. 버들피리가 대나무 보다 더 가까워서 그런지 퉁소는 소리내기가 어렵더라고요.
    소리는 나지만 음악을 꺼내는 재주는 젬병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1. 저는 기타를 배우려고 한달간이나 기타줄을 튕기다 결국은 음악을 꺼내질 못하고 물러서고 말았죠. 음악하는 사람들이 제일로 부러워요.

    1. 어느 시인은 악기의 소리를 그 악기의 영혼이라고 하더군요.
      가끔 옛날 악기들 중에 악기는 남아 있는데
      연주법이 남아있지 않은 악기가 있다고 해요.
      말하자면 몸은 남았는데 영혼은 잃어버렸다고나 할까.
      다헹이예요.
      퉁소나 대금, 피리 모두 여전히 영혼을 갖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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