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술병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6월 30일 홍대 입구의 한 주점에서

모양이 예쁜 술병아,
너는 왜 가슴이 텅 비었니?

얼음 주머니로 삼으려고
가슴을 텅 비웠지.
너도 들어보았을 거야.
한겨울에 사랑하는 사람이 신고가는 신발이 차지 말라고
가슴에 품었다가 내주었다는 어떤 사람의 얘기를.
나는 네가 마시는 술이 미적지근해지지 말라고
내 품에 얼음을 품어 내내 차고 시원하게 해주고 싶은 거지.
아, 그리고 네가 보고 있는 곳은
내 가슴이 아니고 등이야.
가슴에 품고 네게 몸을 기울이면
얼음이 쏟아지거든.

6 thoughts on “어떤 술병

  1. 저는 처음에 마리화나 병인지 알았네요.
    대학교때 주변에서 하도 펴데서…

    저런 병은 외국에선 찾기 힘든데..
    한국에서 흔한 맥주잔 차갑게하는 것도 찾기 힘드네요.
    물론, 한국처럼 맥주 자체를 성의 없게 보관하고,
    내놀때만 차갑게 내놔서 오히려 맛을 망쳐놓진 않지만요.

    요즘들어 더 먹고 싶어지는 게 막걸리네요.
    동원님을 뵙고, 막걸리를 마신 게 벌써 1년이나..

    1. 저는 대학 때 생각만하고 막걸리를 거의 안마셨는데
      우리 대학 다닐 때의 막걸리가 아니더군요.
      맛도 좋구 괜찮더라구요.
      에전에는 막걸리만 마시면 탈이 났었는데
      지금은 막걸리가 가장 좋더라구요.
      언제 또 얼굴보고 막걸리잔 기울일 날이 있겠지요.
      그동안 막걸리집 알아놓은 곳이 몇군데 됩니다.
      나중에 순례합시다.

  2. 과음하지 말라는 계영배라는 술잔과 커플 같습니다.
    계영배에 따라 마시면 찰떡궁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격이 급하면 시원하게 해준 마음도 몰라주고 마시겠지만서도요.

  3. 여름이 확 느껴져요. 그것도 시원하게~
    저 술병과 함께 시간이 길어지다보면 가슴을 품게 되기도 할거 같아요.
    눈 앞이 어른거려 앞 뒤 분간이 안되서 ㅋㅋ
    그리곤 쏟아진 얼음덕에 화들짝 깨버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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