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귀국을 둘러싼 그녀의 아전인수 행각

딸이 8월 11일에 귀국했다.
예정을 하루 넘긴 귀국이 되면서
하룻만에 급격한 변화를 보인 날씨를 두고
그녀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극에 달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8월 10일 강변북로에서

그녀는 사무실이 있는
합정동으로 나가서 일하다가 딸을 데리러 가기로 했다.
나도 함께 나갔다.
날씨는 말할 수 없이 좋았다.
하늘에 금이 갈 정도로 햇볕이 쨍했고,
흰구름이 펑펑 터지고 있었다.
우리의 들뜬 마음과 어김없이 맞아 떨어지는 날씨였다.
사무실로 가는 길에 그녀가 보인 날씨에 대한 첫 반응.
“딸이 온다고 하늘도 맑은 날씨로 반겨주네.”
날이 흐려지면 어쩌려구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러나 그녀는 내 말에 전혀 개의치않고
하늘도 문지 오는 걸 반기느라고 이렇게 날씨가 좋은 거라구 계속 우겼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8월 10일 강변북로에서

공항으로 데리러 나가려 할 즈음,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권을 두고 나오는 바람에 그만 오늘 들어올 수 없게 되었다는 비보였다.
다행이 내일 비행기표를 구했단다.
다시 우리 둘만 집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저녁 하늘엔 먹구름이 몰려와 있었다.
또 우리들 마음과 분위기를 맞추고 있었다.
날씨에 대해 그녀가 보인 두번째 반응.
“문지 못온다고 하니까 하늘도 우울해졌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8월 11일 서울 장충동 사거리에서

다음 날, 공항으로 가기 전에
볼일이 있어 잠시 종로로 향했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다.
그녀의 반응.
“어제 문지 못왔다고 참 서럽게도 운다.
하루인데, 좀 참지.”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8월 11일 인천공항 고속도로에서

빗발이 좀 가늘어졌다.
그녀의 반응은 계속된다.
“이제 문지 만날 때가 되니까 슬픔이 좀 가시는가 보구나.”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8월 11일 인천공항 고속도로에서

비가 그치진 않았지만
마치 곧 그칠 듯한 분위기를 보인다.
그녀의 반응.
“드디어 이제 눈물을 거두는 구나.
그래 하루 늦었지만 무사히 오면 되는 거지뭐.
이제 그만 슬퍼해.”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8월 11일 인천공항에서

공항에서 딸을 기다린다.
7시 25분 도착인데 비행기는 그보다 일찍 도착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하여 도쿄에 들린 뒤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이다.
내가 농담 한마디 했다.
“얘는 왜 이렇게 안나오는 거야.
혹시 로스앤젤레스로 갔다가 온 건 아니겄지?”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8월 11일 인천공항에서

드디어 딸이 도착했다.
저기 맨끝에 보인다.
우리는 못알아 보았고, 딸이 먼저 손을 흔들어서 알았다.
이거, 아무래도 사람들 눈길좀 받겠는 걸.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8월 11일 인천공항에서

짐도 많으시다.
그냥 빨간 가방 하나 들고 나올줄 알고
빨간 가방만 열심히 찾았는데 카트밀고 나오신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8월 11일 인천공항에서

공항에서 엄마와 함께 사진 한장 찍었다.
아니 왜 이렇게 키가 커보이는 거야.
우리는 딸에게 여권도 안챙기고 공항으로 갈 정도로
그렇게 한국오기가 싫었냐고 구박을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8월 11일 인천공항에서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중.
매번 지하2층에 주차했다가 이번에 지하1층에 댔는데 편하긴 무지 편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8월 11일 강변북로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가 엄청나게 퍼붓는다.
빗물을 훔쳐내느라 자동차의 와이퍼가 정신이 없다.
그녀의 반응.
“문지 왔다고 엄청나게 감격했나봐.
감격의 눈물이 좀 심하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8월 11일 집근처 홈플에서

잠깐 홈플에 들러서 주류 몇가지를 챙겼다.
딸이 왔으니 축하를 해야 겠기에.
다행이 집에 들어올 때쯤엔 비가 가늘어졌다.
집에서 하룻밤 자고 친구들과 놀러갔다.
그 다음엔 또 집에서 하룻밤 자고 교회 수련회 가신다.
집에서 보내는 2주간의 일정이 빡빡하시다.
아무래도 공부는 뒷전으로 잠시 밀어놓고
멋내고 노는 일에 단단히 맛을 들여오신게 분명하다.
나갈 때는 분명 평범한 여자애였는데
멋지고 이쁜 여자가 되어 돌아왔다.
그녀는 이틀 동안의 날씨를 완전히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그 이쁜 딸을 맞았다.
하늘이 어떤 날씨를 보여도
엄마는 그 하늘을 동원하여 딸을 맞는다.

8 thoughts on “딸의 귀국을 둘러싼 그녀의 아전인수 행각

  1. 저는 처음 한국에 갔을 때 도착하자 마자 바로 술마시러
    나갔던 것이 생각 나는데, 돌이켜보면 참 엄마, 아빠한테 죄송해요.
    아들을 무척이나 기다렸을텐데…

    따님과 재회해서 얼마나 행복하실까요… =)

    1. 그게 일본 있을 때는 집밖에 있는 것 같은데
      한국에 오니까 어디에 있든지 집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예요.
      아마 정님 부모님께서도 같은 나라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
      함께 있는 느낌이셨을 거예요.
      그래도 착하네.
      그걸 기억해두고 죄송하게 생각하니..
      어디 나가서 내일 돌아오는데 그래도 좋네요.
      아침에 일어나 문열었을 때 자고 있는 딸을 보니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어요. ^^

  2. 이거 보니까 나는 딱 lari님 어머님 수준이네.^^
    대문니는 부자로 산댜야~
    옥수수니도 잘 산댜야~ ㅋㅋㅋ

    1. 저야 제 이름이 있으니까 뭘 동원해도 될 것 같은데
      forest님은 이름도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마구 동원을 하는 듯 싶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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