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집안에서 기르던 덩굴성 식물이 하나 있다.
아래로 늘어지는 식물이다.
처음에는 잠깐 허리를 펴는가 싶지만
화분의 테두리 바깥을 넘어가면
거의 예외없이 아래쪽으로 늘어진다.
꽃이 피는 것은 보지 못했고,
늘어진 줄기와 줄기에 매달린 잎들만 보았다.
집안에서 기르던 그 식물을 바깥으로 내놓았다.
벽 위의 못에 화분을 걸고 높이 매달아 놓았다.
햇볕이 충분한 때문인지 무성하게 자란다.
하지만 아래로 늘어지는 것은 여전하다.
늘어진 줄기를 따라 많은 잎들이 매달려 있다.
줄기를 따라 밑으로 내려가 본다.
그랬더니 그 중의 잎 하나,
날개를 펴고 날고 있었다.
그것도 사랑으로 날고 있었다.
잎의 가운데 실린 사랑은
곧 길게 몸을 펼 것이고,
그럼 그때부터는 잎이 될 것이다.
그냥 항상 늘어진 줄기와 잎만 보았었는데
시작의 자리에 사랑이 있었고,
잎들은 사랑으로 날고 있었다.
아마 우리도 그러했으리라.
시작의 자리에서 잠깐 사랑으로 날고,
그 뒤로 생활 속으로 낮게 내려가 몸을 펴고
잎이 되었으리라.
2 thoughts on “사랑으로 날다”
사랑으로 낮게 내려가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려는가 봅니다.
재는 뿌리가 자라는 모습을 시각화 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뿌리를 허공으로 들고 있군요.
저런 관상식물들은 자연에선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가 갑자기 궁금해 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