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 클로버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8월 17일

시집을 읽다가
갈피의 중간쯤에서
네잎 클로버를 만났다.
언제 넣어둔 것인지,
기억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그녀가 곧잘 네잎 클로버를 찾아내
내게 건네준 적이 있었고,
그 중 기억이 가장 선명하게 남아있는 곳은
두물머리이다.
하지만 건네받은 네잎 클로버를
시집의 가운데 넣어둔 기억은
어디로 손을 내밀어도 선명하게 잡히질 않는다.
아마도 꽤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나 보다.
클로버를 있던 자리에서 조금 옆으로 옮겨보니
줄기가 있던 자리를 따라
시집의 가운데
클로버의 몸이
마치 사람들이 가끔 다니는 오솔길처럼
희미하게 그 흔적을 새겨놓고 있다.
처음 건네받아 시집 속에 넣을 때,
아마도 그 행운에 아주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오래 잊고 있다
기억에서 모두 다 지워지고 난 뒤 다시 만나니
그 순간 또한 기분이 좋았다.
한참을 들여다보다 그 자리에 놓고
다시 시집을 덮었다.
또 기억이 지워진 다음에
다시 만날지도 모르겠다.

2 thoughts on “네잎 클로버

  1. 가끔 지워진 기억을 대신해서 책갈피에서 무언가가 나오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만원의 행복이면 그날 땡잡은 느낌이더군요.
    건망증이 때론 행운이 되곤 합니다.

    1. 그러고보니 며칠 전 그런 일이 있었죠.
      카메라 가방 속에 돈을 넣어놓고 잊어버렸는데
      가방을 열었더니 거기 몇만원의 행복이 있더군요.
      망각이 나쁜 것만은 아닌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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