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읽다가
갈피의 중간쯤에서
네잎 클로버를 만났다.
언제 넣어둔 것인지,
기억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그녀가 곧잘 네잎 클로버를 찾아내
내게 건네준 적이 있었고,
그 중 기억이 가장 선명하게 남아있는 곳은
두물머리이다.
하지만 건네받은 네잎 클로버를
시집의 가운데 넣어둔 기억은
어디로 손을 내밀어도 선명하게 잡히질 않는다.
아마도 꽤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나 보다.
클로버를 있던 자리에서 조금 옆으로 옮겨보니
줄기가 있던 자리를 따라
시집의 가운데
클로버의 몸이
마치 사람들이 가끔 다니는 오솔길처럼
희미하게 그 흔적을 새겨놓고 있다.
처음 건네받아 시집 속에 넣을 때,
아마도 그 행운에 아주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오래 잊고 있다
기억에서 모두 다 지워지고 난 뒤 다시 만나니
그 순간 또한 기분이 좋았다.
한참을 들여다보다 그 자리에 놓고
다시 시집을 덮었다.
또 기억이 지워진 다음에
다시 만날지도 모르겠다.
2 thoughts on “네잎 클로버”
가끔 지워진 기억을 대신해서 책갈피에서 무언가가 나오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만원의 행복이면 그날 땡잡은 느낌이더군요.
건망증이 때론 행운이 되곤 합니다.
그러고보니 며칠 전 그런 일이 있었죠.
카메라 가방 속에 돈을 넣어놓고 잊어버렸는데
가방을 열었더니 거기 몇만원의 행복이 있더군요.
망각이 나쁜 것만은 아닌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