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 일요일, 저녁 때 딸과 함께 종로로 나갔다.
처음에는 교보에 들러 책사고 그녀가 일하고 있는 홍대로 갈 생각이었지만
딸에게 걸려온 전화로 인하여 종로에서 각자 볼일을 보게 되었다.
딸과 나는 밤 아홉 시쯤 다시 만나
그녀가 일하고 있는 홍대앞으로 향했다.
그녀는 어제 고기를 먹었으니 오늘을 가볍게 가자며
자신이 자주가는 라면집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우리가 들어간 라면집.
틈새라면이란 간판을 달고 있었다.
그녀는 홍대앞에서 4, 5천원짜리 라면은 찾기가 쉽지 않다며
이곳이 싸면서도 맛있다고 했다.
난 해물에 들어간 라면을 골랐지만
바지락이 없다고 해서 다른 라면을 시켰다.
딸은 냉라면을 먹겠다고 했다.
라면에 앞서 노란 단무지가 먼저 나왔다.
문지는 색 중에서 노란 색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라면에 곁들여 주먹밥도 하나시켰다.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법.
나는 “왜 밥은 있는데 주먹은 없냐”고 한마디 했다.
벽이 라면으로 디스플레이되어 있다.
라면을 유리창 속에 넣어둔 것인데 방부제 처리를 해서 넣었다고 한다.
요거 디스플레이하는 데 들어간 돈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배고프면 벽을 뜯어 먹을 수 있겠네 하려고 했는데
방부제 처리를 했다고 하니 그럴 수는 없겠다.
벽에 사람들이 포스트잇에 적어 붙여놓은 글귀가 가득하다.
재미난 것들이 많다.
딸이 이것저것 살펴보았다.
누구와 누구 사귄다는 글 귀 옆에 누군가가 아직도?라고 적어놓은 글귀가 있어
함께 키득키득 웃었다.
내가 먹은 라면.
나는 매운 것도 잘 먹는 편인데
먹고 난 뒤 한참 동안 혓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상당히 매웠다.
오, 오늘 매운 맛 톡톡히 보는 걸.
딸이 시킨 냉라면은 그다지 맵지 않았다.
딸의 라면에 들어갈 열무김치는 대부분 내가 먹어 치웠다.
그녀가 이 라면집에 자주 들른다며
올 때마다 딸 생각하게 추억을 남기고 가자고 했다.
딸이 엄마 아빠와 함께 다녀갔다는 간단한 문귀를 남겼다.
라면집 아저씨가 오래 추억을 간직하라며 스카치 테이프를 주었다.
그 스카치 테이프로 아주 단단히 붙여놓았다.
일본 친구들이 딸을 “무짱”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일본어는 그 “무짱”이란다.
딸이 붙여놓은 포스트잇 옆에
누군가 강동원과 함께 다녀갔다고 써놓은 글귀를 붙여놓았다.
그녀가 “우린 김동원이랑 셋이 왔다!”고 써서 붙여놓았다.
그녀가 아무래도 문지 생각날 때마다 여기에 자주 올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일하는 곳 가까이 라면집에 딸의 추억을 심어 놓았다.
6 thoughts on “홍대앞 틈새라면집에 딸의 추억 만들어놓기”
오늘 종일 배가 아파서 밥을 조금 먹었더니 배가 고프네요.
새벽 두시반인데 생라면을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동원님 블로그에서 라면 이야기가… 지금 약간 통제 불능중.
따님과 아기자기한 곳을 많이 다니시니 자상한 아버님이세요.
저희 아버지도 나름 자상하려고 노력은 하시지만,
표현력은 0이신지라… 오해를 자주 사고, 다투기도 자주하는데.
따님과 좋은 시간 많이 보내셨길요.
저도 저희 아버님과는 별로 사이가 좋질 않았어요. 아들 낳으면 은근히 아버지와 나 사이가 되는게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다행히 딸과는 잘 지내고 있지만요.
있는 동안 즐겁게 놀았는데 그래도 벌써 보고 싶네요. 이번에는 왠일로 거의 마음대로 사진을 찍게 해주어서 그것도 무척이나 행복했지요.
점점 아이들과의 관계가 향상되어 나가는 거 같아요. 사람 사이의 관계도 발전이 되나봐요.
못 참다가 결국은 라면 먹었네요.
새벽 세신데, 아침에 일어나면 아마 눈이 퉁퉁…
저는 걱정중에 하나가, 아빠되면 아들하고 사이 안좋을까봐
걱정되요. 가끔 제가 집사람 대하는 걸 보면
저도 모르게 아빠가 엄마를 대하는 거랑 똑같다고 느낄때가 있거든요. 아마 자식들도 비슷하게 대할 때가 있을텐데..
자각을 할 정도면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저도 아버지처럼 되지 않기 위해 무지 많이 노력했거든요. 부모와 자식 문제를 다룬 실험 다큐도 보고 그러면서 배우는게 많아요. 부모가 거저 되는 건 절대로 아니더라구요. 일단 저의 경험에 의하면 권위를 버리는게 모든 것의 지름길이 아닌가 싶어요.
저희는 이따 밤에 생막걸리 사다 놓은거 한잔하고 잘 거 같아요. 요즘 생막걸리에 맛들였는데 한국오면 한잔 대접할께요. 요게 정말 맛있더라구요.
오래 전에 명동에 있는 틈새라면에는 몇 번 갔었는데요..
가족이 함께 있으면 일상일 뿐인데 멀리 있으니까 남다른 추억도 만들어네요.
다음 번 방학에 무짱이 다시 들어오면 세 분이서 다시 그 자리에 가셔서 메모가 건재한 지 확인도 하시고, 그 옆에 하나 씩 더 붙여나가도 재밌겠어요.
라면국물 마신 것 처럼 마음이 따땃해지네요.^^
번역 한꼭지를 거의 다해가고 있는데
그거 하지 말아달라는 연락이 와서 약간 열받고 있었어요.
덕분에 일단 일을 오늘 마무리할 듯.
저 라면 국물이 어찌나 맵던지 사진으로만 봐도 혀가 얼얼한 느낌이예요.
현승이 보고 싶네요.
아, 한강의 광진교에 현승이 데리고 놀러가면 무지 좋아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