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두 친구, 영옥이와 선애는
내가 그녀를 사귀면서 내 친구도 되었다.
그리고 그 남편들과도 친구가 되었다.
결혼 전부터 만난 사이라
오래 얼굴을 익히면서 격의가 없어졌고
결혼 뒤에는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세 집이 함께 여행을 하곤 했었다.
두 번 그런 기억이 있다.
아이들을 다 키운 우리들은
이번에는 부부들로만 일행을 꾸려 제주로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우리 세 부부는 9월 4일 금요일,
김포공항에서 제주로 가는 비행기 속에 몸을 싣고 있었다.
한 줄을 아주 통째로 전세냈다.
난 구름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핑계로 내 자리도 아닌데
우격다짐으로 창가를 차지했다.
제주로 가는 내내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비행기 속에서만 200장을 찍었다.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했다.
내 생애 세번째로 타보는 비행기다.
다른 두 번은 모두 공짜로 타보았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내 돈내고 비행기를 탔다.
어디쯤인지는 모르겠다.
비행기는 날개를 가지긴 했지만 날개를 휘젓지는 않았다.
날개를 휘젓는다고 생각하니 좀 아찔했다.
제주항공의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면 그런 느낌이 난다고 들었다.
짜릿짜릿 좋다는 사람도 있고,
한번 타보았더니 다시는 못타겠다는 사람도 있다.
일행 중 한 명이 반대해서 비행기는 날개를 휘젓지 않는 커다란 비행기로 골랐다.
구름의 섬이 나타났다.
그냥 저 하얀 섬에 내려달라고 할까하는 유혹이 심했지만
우리는 일단 탐라로 가기로 했기에
구름의 섬엔 내리지 않았다.
렌트카 가지러 간 사람들이 한참 동안 오지를 않아서
남은 사람들이 궁시렁대며 기다렸다.
우리를 떼어놓고 저희들끼리 갔나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 준비성 좋은 일행이 가져온 제주 지도를 펼치고
갈 곳을 궁리했다.
사람은 여섯인데 5인승을 빌려왔다.
차가 없다고 했다.
덕분에 맨뒤의 좌석에 타는 사람을 정하느라
제주에 있는 3일내내 가위바위보를 해야 했다.
차가 설 때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어떤 사람은 5분만 타고 자리를 바꾸는 행운을 얻고
어떤 사람은 1시간여를 뒷자리에 앉아가야 했다.
가위바위보가 그렇게 긴장되기는 또 처음이었다.
가위바위보는 대체로 주먹이 대세인데
이번 제주 여행에선 대체로 보가 대세였다.
어디로 갈 것인가를 놓고
잠시 왁자지껄 얘기가 오갔고
이러다가는 아무래도 차가 산으로 갈 것 같았다.
난 해를 따라 가자고 했다.
그리고 가다가 바다가 보이면 무조건 그 바다에 가장 먼저 들르자고 했다.
다행히 내 견해가 채택되었다.
우리가 처음 들른 곳은 이호테우 해변이다.
이호는 해변이 있는 동네의 이름이고
테우는 뗏목 비슷한 것을 뜻하는 제주도말이라고 한다.
일단 바다다 하고 소리 한번 지르고
그 다음엔 당연히 신발벗고 제주 바다로 뛰어들었다.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바다의 움직임에 실려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잠시 제주 바다와의 만남을 즐겼다.
그녀도 제주 바다의 유혹을 거절하지 못했다.
다시 모래밭으로 걸어나왔더니
걸어나온 내 발자국이 나를 졸졸 따라왔다.
물결이 엷어서 그런지 발자국이 금방 지워지지는 않았다.
가다가 눈에 볼만한 것만 나타나면 그곳에서 멈추었다.
이호테우 해변의 다음에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끓어넘쳐 해변으로 흘러내렸던 한라산의 용암 형상이 그대로 남아있는 바위였다.
아득한 과거, 그 들끓었던 추억 위에서 사진 한 장 찍었다.
이렇게 보니 용암이 바다로 끓어넘친 것이 아니라
바다에서 꼬리를 끌며 솟아 올라
육지를 넘본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배고프다는 견해와 아직 참을 만하다는 견해로 나뉘어
잠시 소란이 있었다.
결국 참을 만하다가 우세하여
차는 다음 행선지인 협재해수욕장까지 가기로 했다.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한 나는 앞의 섬 풍경을 보고는
이곳이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무대 중 하나라고 뻥을 쳤다.
그러면서 저 섬이 바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고 덧붙였지만
아무도 믿어주질 않았다.
난 누군가
“야, 난 그게 여지껏 중동의 사막을 무대로 쓴 소설인줄 알았다”고 나올줄 알았는데
그런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사람 속이기가 쉽지 않다.
협재해수욕장은 가운데의 용암바위를 분기점으로 하여
왼쪽 바다와 오른쪽 바다의 온도가 달랐다.
왼쪽은 따뜻했고, 오른쪽은 차가웠다.
바로 옆의 바다가 가운데 바위를 넘어가는 것으로
왜 그렇게 다른지 알 수가 없었다.
세 친구.
왼쪽부터 영옥이, 기옥이, 선애.
두 명은 옥을 갖고 있고, 선애는 착한 사랑을 가졌다.
협재해수욕장의 모래밭에서
요즘 젊은 애들이면 누구나 다들 한번씩 도전한다는
그 고공점프에 도전했다.
흐흐, 영옥씨 배꼽보인다.
우리도 고공점프에 도전.
오, 둘이 폼이 다른 걸.
그녀는 X를 좋아해.
나는 무슨 형상인지 알 수 없는 걸 좋아해.
제주 여행의 첫날 일몰은 협재해수욕장에서 배웅했다.
안녕, 잘가라.
내일 동쪽에서 보자.
용암이 깔린 제주의 해변은
도착했을 때도 이미 검은색으로 밤을 잔뜩 품고 있더니
일몰 직전이 되자 더욱 검어졌다.
협재해수욕장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회는 서귀포로 이동하여 시장에서 떠서 숙소로 가져가기로 결정을 보았다.
저녁 먹으며 한라소주 맛을 보았다.
여행의 일행, 윤종명씨.
여행의 일행, 권영옥씨.
여행의 일행, 편태범씨.
여행의 일행, 신선애씨.
회를 뜨려다 시장이 죄다 문을 닫아 실패를 한 뒤,
맥주나 한잔 하자며 들어간 곳이 그날 문을 연 집이었다.
첫날이라 맥주만 시켰는데도 이렇게 푸짐하게 안주가 나왔다.
다들 협재해수욕장에서 저녁먹은 것을 후회했다.
나는 카메라맨으로 서비스를 했는데
가끔 카메라 자랑하느라 누군가에서 건네주고 찍히곤 했다.
술 한잔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옷갈아 입고 바깥으로 나갔다.
이동하면서 그녀 사진 한 장.
리조트 내에 있는
클라우드 베이란 맥주집에서 다시 또 술 한잔 했다.
우리의 제주 첫날은
클라우드 베이의 공연이 마무리해 주었다.
공연자의 이름은 챙기지 못했다.
다음 날 엄청난 고난의 행군이 기다리는 걸 모르고
다들 달콤하게 잠에 들었다.
8 thoughts on “제주 여행 1 – 김포에서 제주로”
5인승 아니예요
명색이 7인승 뉴산타페 입니다
하지만 6명이 타기는 좀 부족하였답니다
궁시렁 되고 있었구나..
그냥 버리고 가는건데…..ㅋ
함께한 여행이 즐겁고 행복하였어요
어쩐지 맨뒤에 혼자탓을 때 누가 옆에 같이 탄 느낌이더라니…으시시.. ㅋㅋ
제주를 이번으로 세 번째 간 사람의 위력이 특히 대단했다지요.
나도 두번째이건만 한끗발 차이가 그렇게 클 줄이야.
두번의 공짜 뒤에 돈 내고 탄 세번째 비행기, 그 비법이 부럽습니다.
털보님의 해 따라간 제주에 제가 꼭 동행하고 있는듯 합니다. 그려…
고난의 행군 중에 아마도 제가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지요?
니콘 D700 소문 통방산까지 짜하게 났던데, 한번 왕림하시길 감히 청합니다.
그 비결은 한번은 그녀가 친구를 잘 둔 덕분이었고,
또 다른 한번은 300명의 단체 여행객 뒤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준 덕분이었습니다.
그녀 친구가 버스타고 가지 말고 늦게까지 있다가 비행기타고 가라며 비행기표를 끊어주었다는 것 아니겠어요.
D700이 대단하긴 하군요. 벌써 통방산까지 소문이 번졌다니.
날마다 이 카메라에 놀라고 있습니다.
렌즈가 하나 부족한데 언제 이걸 수급할 일을 잡나 꿈꾸면서 살고 있습니다.
날좋은 시절이 다가오니 곧 통방산으로 한번 찾아가겠습니다.
작년에 부모님과 얼라들 모시고 제주도 다녀왔었어요. 뫼실 분들이 많으니 여행 맛이 거의 나질 않았는데 사진으로만 봐도 정말 여유로와 보이시네요. 저두 나중에 뫼실 분들 다 떨궈놓고 꼭 다시 가봐야겠어요.
이 정도 연배의 부부 여행이면 전형적으로 나오는 그림이 있거든요. ㅋㅋㅋ 아세요? 다소 정적이며, 기본적으로 한 줄을 서고, 뒤에는 만장굴 같은 관광지 입구이거나 에또… 커플끼리 어정쩡한 팔짱… 이런거요. ㅋㅋㅋ 헌데 젊은이들 여행처럼 사진마다 싱그러워요.
젤 재밌어 보이는 건 가위 바위 보 자리 정하기요.ㅋㅋㅋ
그게 앞자리가 가장 자리가 좋잖아요.
그래서 1등과 꼴등을 항상 정해서 1등은 맨 앞에 앉았죠.
아주 스릴 넘치고 재미났었어요.
협재해수욕장에서 고공점프할 때는 해수욕장의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긴 하더군요. ㅋㅋ
저는 신혼여행을 제주로 가느라 비행기를 그때 첨 타봤는데
실내가 어찌나 답답하게 느껴지는지 완전 실망했었어요.
게다가 피로연때 술을 너무 마신 신랑이 취하는 바람에
활주로 도는데 잠이 들었다가 제주에 도착했길래 깨웠더니
출발도 안했는데 깨운다고 그러는데 참.. 할말이 없었지요.
그나마 제시간을 놓쳤는데 신혼부부라고 다음 비행기 빈자리를
바로 잡아줘서 갈수 있었던 건데….ㅋㅋ
공중점프사진이요..
forest님은 마치 역도선수마냥 하늘을 받치고 계시는 것 같구..
eastman님은 알 수 없는 멋진 나비같으십니다…ㅋㅋ
아랫부분에 일행분들 사진들도 넘 좋구…
뭐니뭐니해도 아이들 떼놓구 친구분들끼리 가신 여행이라 더욱 부럽습니다.
제주여행2도 기대됩니다..^^
아이를 다 키워놓으니 요런 재미가 있군요.
서로 자기 마누라 챙기기에 바빠서 서로서로에게 눈꼴이 시는 재미도 아주 좋았어요.
저야 물론 사진찍는 재미가 가장 좋았지만요.
한시도 카메라가 쉬질 않았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