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는 죽어서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나른다.
바람부는 날 팔을 펼치면
가만히 서 있어도 하늘을 나는 기분인 우리는
오징어가 어부의 손을 빌려
몸을 납짝하고 평평하게 펴고 하늘을 나는 그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종종 수십 마리가 함께 모여
편대 비행을 하기도 한다.
오징어의 맛은 바로 하늘을 나는 그때의 기분이
몸속으로 차곡차곡 쌓여서 나오는 것.
원래 죽음이란 슬픈 것이고,
물고기의 죽음에선 비릿한 비린내가 나지만
오징어는 하늘을 나르면서 그 비린내를 버린다.
그리고는 비린내를 밀어낸 그 자리에
하늘을 나르며 맛본 바람의 맛을 쌓는다.
우리가 맛보는 말린 오징어의 맛은
원래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
그렇게 바람 속을 날며
그 때의 기분을 몸에 쌓아서
얻어지는 것.
만약 그 오징어가
제주 해변의 오징어라면
그 오징어에선 제주 해변의 바람 맛이 난다.
2 thoughts on “오징어와 바람”
돌담만 빼면 오징어가 마르는 모습은 비슷하네요.
다만, 사진속 오징어는 해외 출신이기는 하지만서도요.
잡혀서 울릉도로 가면 울릉도산이 되고 제주로 오면 제주산이 된다지만
바람 맛이 다르니 오징어 맛도 다를 것 같습니다.
길가에서 어르신이 오징어를 널고 계신 장면도 그림이었는데 사진에 담지는 못했어요. 가끔 누군가의 일상이 그곳을 스쳐지나가는 나그네에게는 모두 그림이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