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허공을 걷는 식물이야.
허공을 걸어가려면 나처럼 다리가 길어야 해.
허공은 온통 허방이어서
다리가 쑥쑥 빠지거든.
그래서 허방 속으로 다리를 쑥 집어넣어
여기저기를 잘 짚어보고,
바로 여기다 싶은 곳을 확실하게 디딜 수 있을 만큼
다리가 아주 길어야 해.
난 마치 더듬이처럼 다리를 허방 속으로 넣어
용하게도 디딜 곳을 찾아내지.
난 아주 길고 섬세한 다리를 갖고 있어
모두 투명하게 뭉개진 듯 보이는 허공 속에서
발끝에 걸리는 투명한 공기의 소로를 찾아낼 수 있지.
물론 허방의 길이 그렇게 안전한 것은 아니야.
바람이 흔들면 그 길도 휘청이곤 하지.
그때마다 그 길을 따라 재빨리 발을 옮겨주어야 해.
어떤 짐승은 모가지가 길어서 슬프다고 하던데
나는 다리가 길어서 허공을 걸을 수 있는 식물이야.
서울에서 왠 녀석이 내려와
내가 허공을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보더니
나를 가리켜 롱다리 식물이라 부르더군.
졸지에 그 녀석 때문에 나는 롱다리 식물이 되었지.
하긴 그 녀석을 탓할 것도 못되지.
내 이름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내 그 정도의 이름으로 나를 오해하는 것은 용납해주지.
이제부터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는, 허공을 걷는 롱다리 식물이야.
8 thoughts on “허공을 걷는 식물”
신지식 동원님!
저거 진짜 이름 찾아서 갈켜주세열.^^
궁금해열.
찾아보긴 했는데 못찾았어요.
아침 산책길에 혼자 나갔다가 발견하고 찍은 거라 물어볼 사람도 없었어요.
제주 사람이 옆에 있으면 사진찍으면서 이름을 챙기는데 이른 아침이라 물어볼 사람도 드물고…
일단 롱다리 덤불이나 학다리 덤불로 해두고 나중에 우연히 알게 되면 그때 챙기는 수밖에요.
희귀하지는 않고 자주 보긴 했는데 그때마다 물어볼 사람이 없더라구요.
근데 열셀 동안에 대답해야 하는 건 아니쥬?
애들하고 가끔 산에 갔다가 이름이 궁금한 식물이 있으면 ‘사진 찍어놨다가 나중에 털보 아저씨한테 물어보자’ 하거든요.ㅎㅎㅎ 어제 양수리에서도 많이 봤는데 이름을 모르겠는 식물들이 몇 개 있었어요. 셋이서 입을 모아 털보님께 여쭤보자 이랬어요. 털보님이 다 아나? 이런 얘기도 나왔는데 모르면 찾아서 알려주시잖아. 이걸로 결론이 났죠.
우리 모두의 식물도감님!ㅎㅎㅎ
자, 그러면 지금부터 열을 세겠습니다.ㅋㅋㅋ
길게 세시길. ㅋ
열셀동안 못 갈켜주면 벌금내기 합시다.
제가 보기엔 말이죠 요게 쉽지 않아 보이거든요 ㅋㅋ
꼭 우주소년같이 생겼어요, 저 잎새에 눈 두개만 콕콕 찍어주면.
이러지들 마시와요.
조게 어렵습니다.
사람없는 곳에서만 자주 눈에 띄었어요, 제주에서.
산책로도 꼭 한적한 곳에서 나타나더라구요.
사진은 세 가지 정도를 찍었는데
공중을 걷는 느낌이 확연한 건 저것이었지요.
제주는 아무래도 우리나라 같지가 않아요.
이번이 세번째 간 제주였지만 환상의 섬이란 이미지는 그대로였어요.
나같은 숏다리에게는 저 롱다리가 넘 부럽다~
저 사진을 그대로 선만 따라서 그려놓으면 멋진 일러스트가 될 것 같아서
상상만으로도 재밌는 그림이야^^
제주도는 식물군이 특이해서 눈길을 끄는게 많은 거 같어.
재미나고 좋은 사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곳이랄까.
엉겅퀴의 색도 무지 진하고 가시도 유난히 날카로운 것 같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