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 발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9월 6일 제주에서

야, 왜 발로 머리를 긁고 그래?

음, 몰랐구나.
난 사실 뒷발이 손이기도 해.
내가 옛날에 잘 나갈 때는
항상 양손으로 뒷짐을 지고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걸어다녔어.
지금은 사는게 팍팍해져서
이렇게 네 발로 뛰어다니며 살고 있지만
나 한창 때는 뒷짐지고 걷던 동물이야.
그때 뒷짐 진 손의 습성이
고스란히 뒷발로 옮겨져서
머리가 가려울 때면 이렇게 저절로 뒷발이 올라와.
그게 말야 버릇이란 게 무서운 거더라.
뭐 어찌어찌 살다보니 손발이 따로 없어 졌지만
그래도 뒷짐지고 다니던 시절의 그 손버릇은
아직도 내 뒷발에 여전해.

4 thoughts on “손과 발

  1. 하긴 앞발로 머리를 긁긴 엄청 힘들겠죠?
    강아지가 머리 긁적이는 모습은 참 귀여운데
    말은 우아한 자태에 좀 안 어울리는 모습이군요.
    제주도스러운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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