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등뼈 동물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9월 4일 제주 협재해수욕장에서

바다는 등뼈동물이다.
항상 그 푸른 물결 속에
등뼈를 숨기고 살고 있다.
하지만 가끔 수면 위로 떠올라
그 길고 유연한 등뼈를 우리 앞에 드러낸다.
그리고는 제 몸 속을 제가 헤엄친다.
헤엄은 아주 독특하다.
언제나 등뼈를 돌돌 말아 해변으로 밀려온다.
그리고는 해변의 모래밭에 슬쩍 등뼈를 묻는다.
그러다 큰 파도를 일으켜
다시금 그 등뼈를 파내간다.
바다는 등뼈 동물이며
가끔 수면으로 떠올라
그 길고 유연한 그 등뼈를 보여준다.

2 thoughts on “바다는 등뼈 동물이다

  1. 이 시를 읽으면서 불현듯
    박상원이 선전하던 ‘A는 C다’가 생각나네요.
    (다들 ‘A는 B다’라고 알고 있는 것을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그리고 매스미디어의 힘으로 ‘A는 C다’라고 하니까
    그 다음부턴 애들이 다 ‘아, A는 C였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적이 있었잖아요.)

    1. 사실은 조 등뼈에 올라타고 싶었죠.
      올라탔더니 등뼈가 우수수 다 부러졌다.
      부러진 등뼈 속으로 휩쓸려 바다의 몸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고 쓸려고 했는데 그만 바다에 뛰어들지 못한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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