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속의 남자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9월 8일 서울 홍대앞에서

한 남자가 벽 속으로 들어가 앉아 있었다.
내가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벽 속으로 들어갔나요?
“그림그리는 자들의 힘을 빌렸죠.
그들은 붓과 물감의 주술을 갖고 있어요.
그 주술의 힘을 빌면 얼마든지 벽 속으로 들 수 있어요.
벽은 완고해서 무너뜨리기 전에는
아무 것도 그 안으로 들지 못하게 하지만
그림그리는 자들의 주술은 놀라워서
벽을 그대로 세워둔 채
그 벽 속으로 모든 것을 들게 하죠.
그림그리는 자들이 붓과 물감으로 부드럽게 두드리면
벽은 마법처럼 그 문을 열고 우리를 반겨주죠.
그림그리는 자들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자들이 아니예요.
그들은 벽 속으로 사람도 들여앉힐 수 있는 주술사들이예요.”

4 thoughts on “벽속의 남자

  1. 그리고 그 남자는 사진 찍는 수염이 덥수룩한 이에게 말을 섞었다.
    – 더 추워지기 전에 난로라도 하나 들여 놔 달라고 전해 주시게.
     추워지면 오래 앉아 있질 못 해서리…

    젠장 날씨가 쌀쌀해지니 한여름이 그리워지는 변덕이 죽 끓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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