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5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갖고 헙법 소원 청구를 냈다. 이제는 모두 할머니가 된 피해자들을 헌법 소원의 자리에까지 등을 민 것은 바로 우리의 정부이다. 외교통상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이 남아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군대 위안부 피해자의 보상 문제가 일본과의 소모적인 논쟁을 야기한다고 보고 일본에 대해 물질적인 배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나라를 잃었을 때는 나라가 없어 서러운 삶을 살아야 했는데 이제 다시 찾은 조국에선 그 조국이 상처받은 영혼을 버리고 있다. 조국에서 버림받으면 설움은 더 크다. 왜냐하면 조국에서 버림받으면 조국이 우리를 보호해줄 것이란 기대에 대한 배신감이 버림받은 설움을 서너 배로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이번 헌법 소원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국가로부터 외교적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도외시하고 있는 우리의 정부에 대해 그 책임을 묻고자 하고 있다. 그 자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스케치했다.
(나눔의 집 홈페이지: www.nanum.org 또는 www.cybernanum.org
나눔의 집 후원 및 자원봉사 문의 전화: 031-768-0064)
먼저 대구에서 올라온 피해자 할머니들이 펼침막을 펼쳐들었다.
새벽에 출발했다고 한다.
여명을 걷고 하루를 밝히러 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황금주 할머니는
진실 규명을 외면하고 사죄에 등을 돌리고 있는 일본을
“나쁜 놈들”이라는 짤막한 말로 요약했다.
그 말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말이었다.
할머니는 이제 잠시 서 있기에도 다리가 아프다.
젊은 기자가 할머니와 눈높이를 맞추고 얘기를 나누었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면 그들의 티없은 순수가 눈에 보이고,
할머니들과 눈높이를 맞추면 그들의 아픈 허리와
그 아픈 허리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설 수밖에 없는 분노가 보인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겐 관심과 동참이 가장 큰 힘이다.
그래도 많은 언론에서 관심을 갖고 모였다.
경기도 퇴촌의 “나눔의 집” 할머니들이 도착하면서
펼침막의 뒤로 할머니들이 꽉찼다.
꽉채워 함께 부르짓는 목소리는 더욱 힘이 있다.
부산에서 태어난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이다.
15살에 끌려갔다고 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진상을 묻자고 하는 것은
자신들을 그냥 묻어버리는 일이라고 했다.
기자 회견 도중 김순악 할머니가
다리가 아파 잠시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주저 앉았어도
할머니가 아픈 다리로 일으켜 세운 위안부 문제는
이제 진실을 향하여 굳건하게 몸을 세우고 있다.
이옥선 할머니가 증언하는 동안
장점돌 할머니는 속이 울렁거린다.
역사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면
과거가 불안하게 흔들리며
과거가 불안하게 흔들리면
그 과거를 안고 사는 사람은
울렁거리는 속을 고통스럽게 안고 살아야 한다.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듣던 김순옥 할머니가 눈물을 훔친다.
그리고 할머니의 얼굴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흘러내린다.
할머니의 눈물이 어찌 이번이 처음이겠는가.
아마 평생동안 수도 없이 많은 눈물이 할머니의 얼굴을 타고 내려갔을 것이다.
눈물의 날들이 얼굴에 골을 파고도 남을 정도로 많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할머니의 주름은 나이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사실은 눈물 자국이다.
아픔을 나누고 상처를 위로하는 데는 국경이 없다.
미국인 조시(Josh)와 김순악 할머니가 얘기를 나눈다.
조시는 한국말을 잘한다.
그가 한국말을 몰랐다고 해도 그 자리에 함께 해주는 것만으로도
할머니에게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6 thoughts on “할머니의 주름은 눈물 자국이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헌법 소원 청구”
인생 9단이라는 책을 쓰신 할머니가 계시죠.. 성함이 양xx 인데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그 할머니께서도 무척 유머가 많으신 분이죠.
아마도 위안부 할머니들께서는 인생 10단은 되시는 분들일겁니다. 어쩌면 마음 한 구석에 가해자에 대한 용서라는 걸 이미 하셨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과거가 잊혀지는 것은 용서하지 않으시리라 생각됩니다.
동원님의 사진과 글로 표현된 할머님의 생활이.. 좋은 책으로 세상에 나오길 바랍니다.동원님 인생을 배우실 좋은 기회를 가지신 걸 축하드립니다. 전 항상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아요. 특히 위안부 할머님들의 수요집회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것.
맨날 말로만 하는 봉사활동.. 어려운 이들에 대한 자그마한 관심에서 그쳐버리는 것들..
행동하는 동원님이 부럽습니다.
행동한다는 말은 좀 쑥스럽고,
그냥 좋은 기회가 생겨서 적극적으로 응한 것 뿐이죠, 뭐.
행동은 아무래도 돈이 되지 않을 것이란 주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기획해서 나에게 맡겨놓은 출판사 사장님 몫이 아닐까 싶네요.
봉사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이런 책은 꼭 내고 싶다는 의무감을 버리지 않는 사장도 필요하고,
또 나처럼 관찰해서 기록하는 사람도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참..속상한 일이에요.
자국마저 외면하다니..
저 할머니들의 지난 세월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눈에 훤히 보이는데말예요.
그렇게 흐지부지하니 일본정부가 만만히 볼수밖에요.
남은 세월이라도 마음편히 위안받고 웃으면서 가셨음 좋으련만..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오늘을 주제로 책을 한 권 쓰기로 계약을 맺었어요. 아마도 <나눔의 집, 그 한달의 기록> 정도의 제목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카메라를 가지고 할머니들의 일상을 따라가면서 기록하고 또 글로 쓰고 있어요. 그냥 할머니가 끼고 있는 반지하나, 그곳의 포도송이 하나도 얘기 속으로 걸어들어 오더군요. 내일 또 가서 만나기로 했어요. 당분간 할머니들 계신 곳으로 출퇴근하게 될 듯.
그냥 따라다니기만해도 눈물날것같은데 안그러던가요?
전 여자라서 그런지 그런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몸서리쳐지면서 눈물이 나네요.
또 할머니들이 씩씩하고 유머러스한 측면도 많아요.
내가 처음 간 날 자주 찾아올지 모른다고 했더니
자주 오지 말고 일주일에 한번씩 한달에 네 번씩만 오라고 해서 한참 웃었어요.
그런 웃음과 또 눈물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관찰해서 기록하고 있어요.
이번 달의 나머지 기간엔 내내 할머니들의 취재에 매달려야 할 것 같아요.
다음 달도 그렇구요. 그리고 9월에는 원고를 쓰려구요.